"골프 안에 인생이 있고 인생 안에 골프가 있다." 골프처럼 명언을 쏟아낸 스포츠도 없다. 초보 입문자가 수없이 접하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잔뜩 힘 들어가면 "원래 힘 빠지는데 3년 걸린다"는 말을 한번쯤은 듣는다. 머리가 자꾸 움직이면 "머리는 스윙 균형의 중심"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끝날 일은 아니다. 7번 아이온만 잔뜩 치다가 필드 나가서 머리 올릴 때면 드라이버도 익숙하지 않은데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고 조언해준다.
명언 치고 틀린 말 없다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뽑으라면 역시 "골프는 배울수록 배울 게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골프 초보는 물론 마니아도 꾸준히 연습하고 원인을 분석하려고 애쓴다. IT 제품은 이런 분석이나 연습에 자주 쓰인다. 구체적인 조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크린골프가 대중화되면서 IT에 익숙한 골퍼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 RFID 도입하는 골프 연습장=스크린골프 시장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골프존은 지난해 6월부터 골프존 드라이빙 레인지(GDR)를 잇달아 개설하며 1조 5,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아카데미, 레슨 시장에 진출했다.
GDR의 가장 큰 특징은 IT를 접목한 최첨단 레슨 시스템을 표방한다는 것이다. 골프존은 RFID 태그를 골프채에 붙이면 시스템이 알아서 채 번호를 인식하게 하는 건 물론 센서를 달아 타구를 98% 이상 실제 구질과 똑같이 재현한다. 심지어 매트까지 페어웨이나 러프, 벙커용을 따로 설치해 연습 효과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인식한 데이터는 비거리와 방향성, 구질, 탄도 등 데이터별로 저장해 분석 데이터로 활용한다. IT로 끌어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일대일 레슨도 한다. 회사측은 지난해 11월에는 레슨 모드를 추가, 스윙 동작이나 템포를 확인하고 페이드, 드로, 하이, 로우의 샷 콘텐츠를 보강했다.
일반인에겐 그림 안의 떡이지만 여유만 있다면 스크린골프 같은 기능을 직접 구현할 수도 있다. 탄도분석기는 IT 기술과 골프의 접점에서도 꽃이라고 부를 만하다. 대표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인 플라이트 스코프(Flightscope)는 발사체 추적 기술을 스포츠에 적용한 것으로 볼과 클럽 헤드를 추적하는 센서를 이용해 실제 공을 치면 궤적을 프로그램으로 표현해준다. 결과는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은 물론 PC와 연결해 스윙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탄도분석기는 적외선 센서와 초고속 카메라, 레이더 도플러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정확도가 좋은 건 레이더 도플러 방식이다. 레이더 도플러 방식은 사실상 실제 상황을 똑같이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는 적외선 센서 방식은 스크린골프를 떠올리면 쉽다.
물론 탄도분석기를 개인이 사기는 쉽지 않다. 앞서 소개한 플라이트 스코프 같은 걸 구입하려면 1,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런 제품은 엄밀히 말해 개인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GC2 같은 모델이 어울린다. GC2는 무게 1.8Kg,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도 편한 개인용 제품이다. 초고속 카메라 2개를 이용해 볼을 친 각도나 스핀, 각도, 거리 정보를 제공해준다. LCD 창을 통해 실제 골프장에서 곧바로 구질을 실시간 분석해볼 수도 있다.
◇ 필드에 나간 골퍼를 위한 잇아이템4=물론 탄도분석기보다 현실적이고 값싼 선택도 많다. 실제 골프장에 나간다면 일반 골퍼가 가장 많이 찾는 품목 가운데 하나는 바로 거리측정기. 거리측정기는 GPS와 레이더 2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지만 GPS 방식보다는 레이더 방식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물론 요즘에는 이들 2가지 방식을 결합한 모델도 간혹 눈에 띈다.
인기 모델은 르폴드 GX-4. 방수 기능을 지원하며 최대 측정 거리는 731m(8,000야드), 배율은 6배다. 크기가 작고 무게도 224g이어서 휴대하기 좋다. 물론 요즘에는 스마트폰용 GPS 거리 측정 애플리케이션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GPS 방식을 이용한 거리측정기를 쓴다면 굳이 앱을 따로 구입할 필요는 없다. GPS 거리측정기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기능을 구현해주기 때문이다. GPS용의 경우에는 골프버디 같은 제품이 인기다.
디지털 볼 마커도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선택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 볼 마커. 디지털 볼 마커는 정확한 퍼팅 라인을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본체를 그린에 올려놓으면 그린 경사 방향이나 각도를 액정에 표시해준다. 가격도 1∼2만원대여서 부담이 없다. 요즘에는 드라이버 헤드 근처에 달아놓으면 속도를 재주는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있다.
골프 점수를 기록하는 스코어카드도 관리할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중인 디지털 스코어카드는 자신의 점수를 홀마다 기록할 수 있고 일부 제품은 평소에는 네임택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디지털 볼 마커와 마찬가지로 가격대도 저렴하다.
그 밖에 이제 해외에서 갓 나온 제품이지만 IT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골프장갑도 관심을 둘만하다. 센소글러브(SensoGlove)는 장갑 안에 압력 센서를 달았다. 미리 입력해둔 적정 압력보다 클럽을 세게 쥐면 장갑이 알아서 골퍼에게 이를 알려준다. 적당한 악력으로 스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전체 악력은 물론 손가락마다 부하 여부까지 보여준다.
◇ 골프 초보를 위한 2가지 필수 아이템=하지만 이런 제품은 필드에 나갈 수준이 됐을 때나 필요하다. 골프 초보라면 연습이 먼저다. 가장 위대한 골퍼 가운데 한 명으로 불리는 벤 호건도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온 세계가 안다"고 하지 않았나.
초보자라면 퍼티스트 같은 퍼팅 연습기도 탐낼 만한 물건이다. 퍼팅을 하고 나면 몇 미터가 갔는지 알려주는 건 물론 간단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스크린골프의 퍼팅 버전 격인 제품. 10∼20만원대 사이면 구입할 수 있다.
퍼티스트가 퍼팅만을 위한 것이라면 골프아미닷컴의 스윙리템포는 비거리를 200야드까지 늘릴 수 있게 해주는 스윙 연습기다. 스윙리템포는 마치 요술봉처럼 생긴 채 형태를 취하고 있다. IT는 아니지만 과학은 들어간 제품. 탄성이 좋은 탄소섬유 재질 샤프트에 일반 골프 클럽 헤드보다 무거운 특수 봉을 달아 스윙을 했을 때 클럽헤드가 던져지는 무게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스윙의 핵심 격인 리듬과 템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
초보의 경우 채를 올린 상태에서 내리는 다운 스윙 도중 팔이 몸에서 떨어지고 손목 콕킹이 일찍 풀려 임팩트 시기를 제대로 못 맞추기 일쑤다. 스윙리템포는 스윙에 일관성을 주도록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흔히 초보가 스윙을 하면 아웃-인-인 궤도를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인-아웃-인 스윙 궤도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실내에서 연습기 편하게 88cm 길이로 만든 것도 매력적인 점 가운데 하나다.
이석원 기자 lswca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