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라에서 우리는 큰 꿈을 꾼다.”
이스라엘 국민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끊임없는 혁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창업국가’의 한국어 독자에게 보내온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수상은 “이스라엘의 성공은 ‘자원이 없는 것이 오히려 축복’일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들은 천재적인 머리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절박함’ 때문에 도전한다. 다만 끈질김의 인자는 다분히 유일신 종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땅은 척박하기 그지없었기에 물에 집착했고 사막 위에 세계 최고 농업 국가를 세웠다. 주변국에는 예외 없이 석유가 넘쳐나지만 오직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나라다. 이들의 선택은 일찌감치 1980년대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섬 나라는 아니지만 적들로 둘러싸여 사실상 고립국가였기에 국방기술을 육성해 그것을 근간으로 민간 산업을 육성했다. 물리적 영토가 협소했기에 일찍이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세상을 넓히는데 관심이 많았다. 밀려드는 ‘시오니즘’ 이민을 바탕으로 인력(Brain Power) 기반 지식재산을 넓힐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사막은 뿌리에 파이프를 갖다 대지 않으면 식물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하다. 게다가 해저 221미터에 위치한 갈릴리 호수에서 물을 길어 올려야 생존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 최고 물 관리 회사인 ‘네타핌’에서 40% 물만 이용해도 생산량을 50%나 더 늘리는 기술이 탄생했다.
석유 없이도 돌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를 배제하고 세계 유일의 100% 전기자동차 세상을 구현했다. 자주국방을 위해 핵심기술은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개발했다. 그 기술을 온전히 민간산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분사(Spin Off)해 국방기술이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6%대로 끌어올렸다.
이들은 좁은 국토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 매료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인터넷 세상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 알고리즘을 장악하고 인터넷 세상의 주요 항구에 해당하는 포털 서비스를 장악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스라엘 건국을 촉발한 시오니즘 운동은 전 세계 70개국에서 물밀 듯 밀려오는 이민으로 실업 등 극심한 사회의 혼란을 초래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부족한 일손과 지식자산을 쌓는 계기도 만들었다.
그로 인해 1948년 건국 당시 80만의 인구가 750만으로 늘어났다. 특히 1990년대 초 소련 붕괴로 인해 80만명 유대인이 밀려오는 순간에도 과학자, 의사와 같은 고급인력을 하나도 방치하지 않고 모두 고용해 이들이 현재 인터넷 보안기술, 의료·바이오 융합기술을 선도해가는 초석을 마련했다.
히브리어에 ‘다브카’(Davca)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로 표현하면 ‘In spite of’와 같은 뜻인데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의미다. 이스라엘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투자유치 설명회에 나가보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다브카’라고 한다.
그들의 조건과 환경은 한결 같이 다른 나라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그들만의 노하우를 반드시 보여주고 만다는 것이다. 2006년 레바논과 전쟁 중에도 구글이 하이파(레바논 국경에서 30㎞ 지점에 있는 우리의 부산항과 같은 이스라엘 최고의 지중해 항구)에 연구소를 지었다.
워렌 버핏은 포탄이 떨어지는 하이파에서 미국이 아닌 나라에 최초로 5조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땅에 투자한 게 아니라 다브카에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에서 안전이 가장 위험스런 나라의 하나로 여겨지는 이스라엘에 연구소나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인텔(7500명), HP(4000명), IBM(2000명) 등이다. 애플은 올해 플래시 메모리 벤처기업인 ‘Anobit’를 인수해 대대적인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투자하는 벤처펀드의 규모는 국민 1인당 규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전체가 1년에 만들어내는 창업의 규모와 맞먹는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확실한 동기부여 가운데 하나도 부족함에서 나오는 ‘헝그리 정신’이었다. 국토의 협소함, 전무한 자원, 불안한 안보, 의무병역 등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닮은꼴의 나라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성장과정에도 그들처럼 오직 사람을 귀중한 자원으로 여기고 매진했던 점이 공통분모이다.
단지 좋은 의미의 부족함과 불만족이 산업사회의 부지런한 손발로 일군 ‘불굴의 신화’ 원동력이었다면 이제 우리의 새로운 지향점은 번득이는 머리의 창의력에서 일구어야 할 ‘하이테크 신화’다. 부족함과 불만족이 우리에게 준 메시지가 지난 한 세대, 우리에게 축복으로 보답했다면 앞으로의 축복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는 끈질김 그 이상의 도전임에 틀림없다.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jonglok.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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