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국내 전자 대기업 키워드는 ‘실천하는 혁신’이다. 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해도 창조적 혁신을 주문했다. 사장단에 건낸 말도 “미래에 대한 충실한 생각과 창의력 실천”이다. 구본무 LG 회장 역시 LG 최고경영진들에게 “뼛속까지 바꿀 마음으로 끝을 봐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강한 실행력’을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속도,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 코닥이 그랬다. 미국 필름시장 90%를 장악했던 코닥은 부를 축적해준 아날로그의 끈을 놓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고도 상용화를 미루다 오늘날의 결과를 맞았다. 혁신에 실패한 결과는 참담했다.
세계 최초란 말의 의미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승부처는 세계 최초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세계 최초 개발 후 시장주도권 확보 및 유지가 관건이다. MP3플레이어를 세계 처음 개발한 것은 우리나라 업체이지만 세계 시장은 애플이 장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원조인 싸이월드는 2001년 1000만 회원을 확보하고도 현재 트위터, 페이스북에 뒤졌다.
3년전 일본 언론은 소니를 향해 재차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방식 LCD TV 세계 시장에 무혈입성 중인 한국을 경계하라는 내용이다. 소니는 일본의 자존심이다. LED TV도 세계 처음 개발했다. 그런 소니가 LCD TV 시장에 이어 다음 시장인 LED TV 시장에서도 자존심을 구기고 있으니 당연한 지적이다. 애석하게도 소니는 2004년 이후 최근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는 TV사업이 소니의 성장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TV를 포기하면 회사가치가 70%가량 올라갈 것이란 언짢은 전망도 함께 전했다.
경쟁자가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껏 쌓아놓은 부만 지키려한다면 퇴보와 도태를 면할 수 없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가 갖고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신약성서의 달란트 비유다.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받은 종들 가운데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종은 장사해 그 돈을 두 배로 불렸다. 하지만 한 달란트를 잃을까 땅에 묻어두었던 종은 한 달란트를 지켰다. 주인은 그에게서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종에게 주라 했다. 주인은 심지 않은 데서 거둘 수 없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을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혁신을 이루려는 모험 없이 현상유지에 만족한다면 가진 달란트마저 빼앗기는 게 당연하다. 머릿속, 마음속 혁신은 아이디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실천하지 않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실천할 때 비로소 혁신의 가치가 생긴다.
최정훈 정보산업부장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