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 화두입니다.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녹색성장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녹색성장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그는 환경보호와 지구온난화에 이어 이제는 녹색성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며 대표 정부출연연구원(출연연)으로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액션플랜도 제시했다. 녹색성장을 키워드로 한 강소형 연구소를 두개 더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강소형 연구소 형태로 연구할 대표적 분야 중 하나는 도시환경입니다. 앞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전체의 70%까지 늘어난다는 예측입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도시환경은 에너지, 재생에너지, 산업, 바이오가 섞인 대표적 융합연구분야라는 점도 강조했다.
-올해 구축할 강소형연구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이미 이와 관련한 연구자의 계획을 보고 받았습니다. 최종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 세부사항을 모두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KIST가 출범시킨 강소형 연구소는 모두 타 전문연구소가 수행하기 어려운 학제간 융합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가로 지정할 강소형 연구소는 녹색도시, 재료, 로봇 분야로 압축되며 세 분야가 각각 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녹색도시 분야는 지속가능한 순환형 도시를 만들기 위한 물, 환경, IT가 접목된 융합연구소입니다. 재료분야는 KIST가 추구하는 기초·원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를 통한 상용화까지 연결됩니다. 로봇은 미래 유망분야로 KIST가 오랫동안 연구를 지속했으며 교육과 실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를 나타낸 분야기도 합니다.
아직 어느 분야가 지정될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만, 어느 분야가 되든 KIST가 해야만 하는 미래 융합분야 그리고 국가 어젠다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강소형 연구소를 강조하시는데 이 같은 현태의 연구소가 가지는 장점이 있습니까.
▲강소형연구소는 KIST가 국가·사회적 기대에 부응키 위해 만든 차별화된 연구조직입니다. KIST가 막스프랑크나 이화학연구소 등 세계 유수연구소와 비교해 규모가 작지만, 전략분야에서는 충분한 규모와 연구비 지원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적 연구소와 경쟁하고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미 구축된 강소형연구소 소장에게는 블록펀딩 개념으로 예산권을 주고, 연구인력 구성, 연구분야 선정, 과제 관리 등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책임경영이 가능한 구조를 갖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소장이 제시한 비전과 전략에 맞게 연구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자율적 연구구조는 이전 연구조직에서 나타나지 않던 새로운 연구프로그램과 질적인 성과로 연결된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추진한 임무수행형 연구조직 구축에서 볼 수 있듯이 KIST가 추진한 강소형 연구소는 출연연이 지향해야 할 연구조직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해야만 하는’ 연구를 강조하십니다. 어떤 연구가 될까요.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선진국 문턱에 다다르는 데는 이를 뒷받침한 과학기술의 역할이 컸습니다. 여기에는 KIST를 포함한 출연연의 노력과 성과가 핵심적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R&D와 출연연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들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KIST는 이를 따라가기 보다는 변화를 이끌기 위해, 그동안 ‘할 수 있는(can〃do)’ 연구에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해야만 하는(must〃do)’ 연구로 방향을 전환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를 주도할 ‘프론티어형 연구’와 국가·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어젠다형 연구’의 2대 분야에 역량을 집중코자 하는 것입니다.
미래를 향한 도전적 연구를 추진키 위해 KIST는 뇌과학연구소와 의공학연구소라는 2개의 전문연구소를 출범해 국가연구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또 국방부와 협정서(MOU)를 체결하는 등 민군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결국 ‘해야만 하는’ 연구란 민간연구소나 대학이 하기 어려운 장기·대형 연구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직면한 현안문제와 글로벌이슈를 해결하는 등 미래세대를 위한 연구라 생각합니다. 이로써 국가연구소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죠.
-과학기술 ODA(공적개발원조)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한 말씀 주십시오.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과 더불어 우리나라는 ODA 규모를 늘려(2015년 GNI대비 0.25%) 국제사회 기여를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어떤 경험을 개도국에 전수해주는 것이 그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과학기술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966년 KIST를 설립해 산업계에 고급기술을 보급했으며 그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수출품을 만들어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죠.
지난해 부산개발협력총회 이후 개발협력의 중심이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공여국의 입장에서 효과적으로 원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여국이 개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흔히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 ODA를 통해 개도국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연구원이 준비하고 있는 내용들이 있습니까.
▲KIST는 과학문화 확산이라는 말 대신 ‘과학 나눔’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3대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인 ‘더불어 가는 KIST’가 되기 위한 핵심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저변에는 국민의 기대와 사랑 속에 46년간 성장해 온 KIST가 이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자본주의 4.0’이 강조되는 요즘 출연연으로서 이에 부합하는 사회적 책임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의 기부와 나눔 활동 참여를 비롯해 소외계층 자녀들이 과학인재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기부 활동을 준비 중입니다. 국제적으로도 KIST가 보유한 과학기술이 에너지, 물 부족 등과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출연연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해 주신다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출연연은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KIST가 연구를 선도하거나 기획한 조선, 철강, 전자, 기계 등의 분야는 국가주력산업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선두권에 진입했습니다. 현재 민간부문의 성장에 따라 그 R&D 규모와 자원은 출연연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연연은 산업계 지원이라는 주된 임무에서 선회해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연구소로서의 임무를 보다 충실히 해야 할 때입니다. 환경, 인구, 자원 문제 등 글로벌 이슈 대응과 구제역, 재난재해, 조류독감 등 민간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현안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 당장 눈앞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다음세대를 책임질 대형 기초·원천연구에 집중해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출연연은 과학기술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신뢰받고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연구원의 지난해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학제별 조직에서 연구테마 위주의 조직으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시도였던 전문연구소 체제가 자리를 잡아 본 궤도에 올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연구 성과에 있어서도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 유수저널에 다수의 연구자들이 논문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제5대 국새를 KIST의 기술로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임진년 새 해에도 KIST의 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문길주 원장 프로필
△1951년 5월생
△학력사항
미네소타대 기계·환경학과 공학박사
미네소타 기계·환경학과 석사 (1978-1980)
오타와대 기계학과 학사 (1970-1978)
△주요경력
-2010년 11월_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2010년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
-2006년 KIST 부원장
-2004년 KIST 강릉분원장
-2003년 KIST 기술사업단장
-1997년 KIST 지구환경연구센터장
-1992년 KIST 환경연구센터장
-1991년 KIST 대기연구실장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