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것이 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 속에도 굳건히 버텨오던 우리나라 수출이 위기를 맞았다. 1월 수출 부진과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급등으로 전체 무역수지가 2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부터 “1월 수출 전망이 좋지 않다. 23개월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보고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수출 및 경기 전반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정부가 월 단위 무역수지 적자전환 가능성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국 전이,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가 상승 압박 등 연초부터 터진 여러 악재가 우리 무역수지 악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시장 소비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프랑스가 초유의 신용등급 강등에 휘말리면서 유럽발 수출 냉기류가 더욱 심화됐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럽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연말보다 더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유럽시장 수요는 앞으로 더욱 냉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며 “중국과 함께 우리 수출을 지탱해 오던 주력시장 한쪽이 타격받게 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우리 무역수지 악화를 주도했던 유가 복병도 남아 있다. 이란 제재 상황에 따라 유가가 20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통령 모습에서도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평소 같으면 대통령실장이 수행하던 자리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세우고 여러 현안들을 체크하며 회의장에 들어섰다.
참석자에 따르면 유럽 증시 상황, 국가별 채무 규모 및 위험도, 신용등급 등을 직접 주무장관에게 확인한 차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유럽재정 위기에서 촉발된 경제 상황을 지금 상황에선 예단하기 힘든 만큼, 1분기가 지난 뒤 더욱 명확한 경제전망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관계 부처도 민간기구와 같이 협력해서 대응방안을 좀 더 세밀히 짜달라”고 주문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