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자신감 "일본은 지쳤고, 중국은 아직 아니다"

사장단에 `상상력 · 창의력으로 미래 대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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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너무 앞선 나라였지만 (지금은) 힘이 좀 빠진 것 같다. 중국은 젊은 나라고 열심히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2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2’에서 일본·중국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분명한 변화다. 지난 2007년 1월 이 회장은 앞서 가는 일본과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한국이 끼어 있다는 이른 바 ‘샌드위치론’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 가고 있고 우리는 샌드위치처럼 돼 있다”면서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참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이 회장 평가가 크게 바뀌었다. 일본은 과거보다 경쟁력이 떨어졌고, 중국이 빠르게 쫓아온다고 하더라도 한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힘들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

 이는 이 회장이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와 한국 전자기업의 위상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이후 매출 기준으로 휴렛팩커드(HP)를 누르고 세계 최대 IT기업에 오를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그는 삼성전자 전시관을 둘러본 소감에 대해 “정말 앞으로 몇 년, 십 년 사이에 정신을 안 차리고 있으면 금방 뒤지겠다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이 된다”면서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가고, 앞서는 것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앞서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세계 1등에 오른 TV와 스마트폰에 이은 ‘월드 베스트’ 제품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말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CES에서 삼성 사장단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사업의 기본은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을 개발하며, 깊이 들어가는 것이지만 이제는 이 정도 갖고는 안된다는 말을 했다”며 “미래를 더 멀리 보고 기술을 완벽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상상력, 창의력을 활용해 힘있게 나가자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회장은 자녀들의 역할 확대에 대해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데 하는 것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한다는 원칙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투자는 항상 적극적으로 해왔고, 앞으로도 그리할 것”이라며 “될 수 있는 한 질 좋은 사람을 더 많이 쓰고, 더 적극적으로 젊은 사람을 뽑아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 내에는 삼성전자 회장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는 55인치 3D 유기형발광다이오드(OLED) TV와 75인치 LED TV 등을 유심히 살펴봤고, 3D TV 안경을 직접 써보고 가족들에게도 체험을 권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한 시간 정도 전시장을 둘러본 뒤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사장 등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전시장을 떠났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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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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