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인건비풀링제 도입 서둘렀더라면...

 “인건비풀링제를 도입 초기 적용했더라면, 훌륭한 교수 1명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후일담이지만, 지난 해 4월 KAIST 교수 자살 원인에 대한 주변의 소회 한자락이다.

 KAIST(총장 서남표)는 사회 이슈화됐던 학생 인건비 착복 등의 소지를 원천 봉쇄할 통합관리 시스템(풀링제)을 SW개발업체 R&D프로젝트(대표 최남현)와 공동으로 구축하고 지난 해 6월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이 시스템은 국가연구개발과제에 이름이 올라 있는 학생 인건비를 연구관리팀에서 연구책임자 단위로 통합,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인력운용의 탄력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인건비 집행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쉬운 대목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굼뜬’ 처사다. 3년 전 KAIST 교수진으로부터 이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 당시 교과부는 KAIST가 교과부 규정상 ‘대학’ 아닌 ‘특정연구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풀링제 도입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과부는 2년 뒤인 지난 해 광주과학기술원과 함께 예외규정을 적용하기로 하고 풀링제 도입을 승인했다.

 출연연 전산관련 관계자는 “지난해 시스템이 완성되기 전 인건비 부정 집행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교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며 “지난 2009년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최소한 경각심이라도 갖게 됐을 것”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KAIST와 R&D프로젝트는 연구비 관리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난 2010년 연구비 인증 시스템, 지난 해 RCMS(실시간 통합연구비관리시스템)를 구축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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