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석학대담]과학계 신 · 구 석학, 대한민국 IT 미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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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욱 서울대 초빙교수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시장경색으로 임진년 새해 전망이 불확실하다. 대한민국은 안으로 치솟는 소비자물가와 늘어나는 가계부채, 청년실업, 사회계층간 격차 확대를 해결하고 밖으로는 불황시장을 극복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도전에 맞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여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여년동안 ‘IT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숨 가쁘게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발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 간 영역이 허물어지는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우리가 새롭게 수립해야 할 가치와 자세, 기술과 사업모델은 무엇인지를 국내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신·구 석학에게 들어봤다.

 

 ◆참석자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임진년 새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6%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 전망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새해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과학자 입장에서 새해 경기전망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만큼은 맞다. 다수 연구기관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6%로 예상하고 있는데 조금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권 말기인 만큼 어떻게 해서든 이를 맞추려고 하겠지만 쉬운 목표는 아니다.

 산업부문은 관련 인프라가 중국에 비해 많이 약해진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 침체도 지속하고 있다. 한동안 저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 자체를 무리하게 높이려고 하기 보다는 산업구조 불균형 부문을 조정하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새해는 정부가 기존 정권에서 무엇인가 성과를 내려고 하기 보다는 다음 정권이 무엇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해가 돼야 할 것이다.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전 세계 어디건 새해 경기전망은 다 비슷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새해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과 틀을 짜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수출시장은 경기불황으로 어려워졌고, 품질 경쟁력도 중국·대만 등의 성장으로 차별화가 없어지고 있다. 내수시장도 가계부채 때문에 힘들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좋은 전망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해는 임진년이다. 임진년은 큰물이 둑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해다. 역사적으로도 임진년에는 국가적으로 커다란 변곡점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임진왜란을 겪은 후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점점 쇠퇴했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1952년 휴전회담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지금처럼 성장했다. 새해 임진년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장과 추락이 결정되는 기로의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성장 기조로 가기 위해 제대로 된 성장 동력과 잠재성장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교육시스템·신뢰시스템·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새 틀을 짜야한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전망에 따른 막연한 기대와 실망이 아닌 큰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를 위한 큰 틀을 짜야 할 것이다.

 ◇사회=경기불황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그 속에서 성장하는 산업이 있고 쇠퇴하는 산업이 있을 것이다. 새해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산업분야는 어디인가.

 ◇정재승=지난 20년은 IT가 발전하고 성숙하는 시기였다. 대량생산·소형화·지능화 트렌드와 함께 IT산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IT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산업과 시장에 대한 접근법이 과거와 달라졌다.

 지금 산업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전통적인 IT산업은 조금씩 하드웨어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반대로 하드웨어산업은 IT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IT와 제조업이 서로 별개가 아닌, IT와 제조를 함께 하지 않으면 공멸하는 시대가 왔다.

 애플은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였다. 애플은 통신장비인 휴대폰을 전화기라는 가치보다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접근했다. 휴대폰이 사실상 통화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은 휴대폰을 통신기기로만 보고 최고의 통신기기를 만들려고 했다. 시각이 달랐고 결국 삼성은 좋은 휴대폰을 만들었고 애플은 스마트폰을 탄생시켰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발전과 성장은 결국 기기에 대한 유저 편의성을 얼마나 개선하느냐 싸움이다. 제조업계가 최근 IT를 적극 도입하면서 사용자들에게 각별한 경험을 주려고 하는 이유다.

 반면 IT산업은 계속해서 하드웨어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이 실질적으로 하는 물리적 사업의 대다수는 하드웨어 회사를 매입하는 것이다. IT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IT 컨버전스와 같은 의미로 급격하게 융합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분명 주목할 포인트다. IT회사와 하드웨어 회사의 경계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다 잘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손욱=모든 산업이 다 성장산업이다. 성장과 쇠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분야가 성장할 것이다” “이런 사업을 하면 돈을 벌 것이다”라는 것은 없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사업을 해도 흥하는 사람이 있고 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산업 평준화 시대다. ‘IT코리아’가 더 이상 한국산업의 차별화가 될 수 없을 만큼 많은 국가들이 IT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선정 작업을 했지만 무슨 산업이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사람이 성장 동력이다. 이를 산업적으로 풀이하면 인간 중심의 서비스 산업에 기회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건강·에너지·환경 서비스들을 유비쿼터스 기술로 제공하는 분야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은 결국 유저 편의성을 기준으로 발전했다는 정재승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사람과 환경 중심 산업의 구체적인 예로 태양광산업을 말할 수 있다. 지금 태양광산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잠재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과 자연 측면에서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반드시 키워야 할 산업이고 다가올 미래다.

 제조업도 의지를 가지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제조업을 버린 영국이 훌륭한 교훈이다. 기업들이 품질·원가·납기·서비스가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관련 원천 핵심 동력을 총력을 기울여 준비해야 한다.

 ◇사회=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의 공세에 한국 IT기업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준비하고 강화해야 할 부문은 무엇인가?

 ◇손욱=인재경영을 펼쳐야 한다. 구태의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인재야 말로 국가산업 미래를 책임질 성장 동력이다. 문제는 인재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용해서 가르치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 바쁘니 기업과 인재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인재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적정 수준의 인재를 뽑아서 경영방침에 맞춰 사업을 이끌어 가는 회사와 조직적으로 인재를 육성해 필요한 업무에 맞는 인력을 맞춰가는 회사는 나중에 규모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인재 육성에 인색하다. 기업들은 인재를 채용해 육성하기보다는 우수인력을 채용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이는 대중소 기업 간 인력격차를 불러온다. 우수인재를 배출하는 학교는 제한돼 있고 이들은 대기업이 다 채용하다보니 중소기업은 우수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일반 인재를 채용해 교육시켜야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니다. 최고의 대안은 대기업이 일반인재를 채용해 육성하고 중소기업이 우수인재를 채용하는 것인데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국 교육격차가 작은 핀란드처럼 모든 교육수준을 평준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약 16조원 정도가 연구개발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인재 육성분야에 나누어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과대학은 있지만 엔지니어 양성기관은 없다는 불만도 자주 듣는다. 일반적인 대학 교육이 아닌 엔지니어와 테크니션을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교육은 너무 연구 중심적이다.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정재승=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패스트 폴로어의 역할만 해왔다. IT 분야에서 더 이상 패스트 폴로어로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IT 산업현황을 보아도 다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이슈를 좇고 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모델은 못 찾고 있다. 소셜 커머스도 사실상 비즈니스 모델이라기보다는 공동구매에 불과하다.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한 기반여건을 논한다면 손욱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인재의 중요성을 말할 수 있다. 아이디어란 결국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교육환경은 아이디어형 인재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개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생에 대한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학생들은 없다. 향후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것이고, 어떤 분야가 각광을 받고, 어떤 분야와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비전을 갖춰야 하지만 관련 교육이 안 돼 있다.

 지금 학생들이 하고 있는 장래 설계는 남들이 해왔던 것을 답습하는 수준이다. 지도에 있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지도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 구글 에릭슈미츠의 말처럼 적정시기에 적절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전망할 때 해외사례를 답습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 또한 변화해야 한다. 미국이 어디에 주목하고 있는 지 관심 갖기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한국의 IT는 이미 그런 수준에 도달해 있다.

 ◇사회=미래 성장성의 중요 가치로 인재경영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과연 성공적인 인재경영이란 무엇이고 한국 인재관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손욱=인재경영을 논하면 애플 스티브잡스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흔히들 제2의 스티브잡스를 발굴하자는 말들을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한국은 스티브잡스가 나올 생태계가 아니다. 스티브잡스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탄생시킨 인물이다.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가 있는 인재가 그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하나의 인력을 잘 육성한다고 해서 스티브잡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스티브잡스 후보들이 꿈을 펼치는 환경에서 누군가 한 명이 기회를 잡았고 그가 스티브잡스가 된 것이다.

 반대로 지금 한국 학생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흔든다. 창업과 벤처로 시작해 중소기업·중견기업을 지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한국에는 없다. 중소기업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른 기업과 협력하고 지원하면서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끌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바로 상생발전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청년들은 창업을 두려워하고 어린이들은 과학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수학을 꺼려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국가 미래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도전정신을 되살려야 희망이 있다.

 ◇정재승=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좋은 인재경영은 창조적인 인재를 제대로 채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채용해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그들 중에서 창조적인 인재를 발굴하려고 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기업들은 매번 창조적 인재를 요구하지만 채용 시스템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아닌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지금 기업들이 인재를 뽑는 방식이 아직 20세기에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다. 면접에서 조금 특이한 질문을 한다고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는 없다. 이미 학생들은 모법답안을 통해 다 준비해 왔고 대답 중 30%는 본심이 아닌 거짓된 답변들일 것이다. 20세기 방식에 머물고 있는 채용 시스템을 거대하게 바꿔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혁신을 추구하는 스마트 경영도 문제다. 기업들은 혁신을 추구한다며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 제안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작성하도록 하는가 하면 성과급을 주기도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식이 전혀 창의적이지 못하다.

 아이디어는 지금 주어진 일은 그대로 유지한 채 마치 숙제처럼 의무지어서는 나올 수가 없다. 관리업무와 보고 시간을 줄이고 20%의 남는 시간을 창의 사고를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뻔한 조직문화에서는 뻔한 정보와 뻔한 아이디어만 나올 뿐이다.

 시각을 넓힐 필요도 있다. 혁신의 실마리는 전혀 엉뚱한 데서 나올 수가 있다. 반대로 지금 혁신 아이디어라고 생각된 것들이 이미 제3국에서 실패한 모델일 수도 있다. 경쟁회사와 동종업계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다른 분야에도 견문을 넓혀야 한다. 물론 아이디어를 위한 정보 수집 분위기는 기업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토대만 잘 만들어진다면 제2의 스티브잡스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손욱=창의적 사고는 리더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시대는 지금이 아니라 오히려 박정희 대통령·이순신 장군·세종대왕이 있었을 때라고 본다. 세 사람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기술을 중시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토론을 즐겨했다는 점이다. 기술과 토론을 중시하는 리더들이 창조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스스로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토론이 필요 없다. 다른 사람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토론을 하고 이 과정에서 지적 충족 욕구에 따라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나온다. 세종대왕 시대에는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하지만 당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시대적 분위기가 인재들로 하여금 자신의 강점을 거리낌 없이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창의적 사고를 위한 조직문화는 리더가 만들어 가야한다. 올바른 리더십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IT벤처가 침체기를 겪고 있다. 벤처·창업이라는 말에 다들 손사래를 친다. 다시 한 번 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정재승=지금은 벤처사업을 하다 실패하면 대기업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안타깝게도 대기업은 벤처 실패를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이 성장하기 위한 시스템과 실패에 대한 관대함은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국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벤처를 하기에는 무모한 곳이 되었다.

 벤처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벤처 업계에서는 사업을 키워 다른 곳에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를 두고 벤처정신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마치 이적행위를 한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데 적절하지 않다. 매각 자본으로 또 다른 벤처기업을 더 크게 시도할 수도 있는 법이다. 벤처를 한다고 하면 주변 시선부터 이상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과 벤처를 권유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벤처문화를 다시 조성해야 한다. 과거는 벤처를 잘 몰랐고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의 표상만 보고 거품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진정한 엔젤투자자들을 키우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손욱=일자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지금 벤처정신에 입각해 새로운 것들을 키워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수십 년간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고 지금 대기업들은 사람으로 치면 모두 노장이다. 벤처를 키워 중소·중견기업으로 만들고 대기업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 살 길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실패가 있다면 이를 경험으로 삼고 새롭게 다시 키우면 된다.

 지금 청년들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벤처정신을 억압받고 있다. 부모들로부터 대기업 취업·의사·교사 등의 장래를 강요받는다. 가장 잠재력이 많고, 장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시기에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잘못되면 고치면 된다. 한국에 일자리가 없고 사업기회가 없다면 해외로 나가면 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강소기업에 기반을 둔 튼튼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할 벤처 중견기업을 키워야 한다.

 ◇사회=IT와 과학 분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초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출범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과학기술 관련 정부 행정조직의 취약점과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정재승=국가적으로 과학기술을 지원하려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4년은 과학기술부를 폐지해 과학기술계에 행정적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 지 뼈저리게 느낀 시기였다. 모든 과학기술자들의 불만이 심각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행정력을 보강해 1년을 꾸려 나가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더 많다. 중요한 것은 예산집행과 같은 충분한 행정력이다. 의사결정권을 조금 더 부여한다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다시 만드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이 두 부처의 부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지금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있다고 본다.

 ◇손욱=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육성할 수 있는 틀을 짜야한다. 관련 정부 관료들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매번 정책들이 보여주기 위한 것들만 나온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생색내기 수준의 정책만 나오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리더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기초기술에 일정 비용을 투자하라고 했을 때 진정으로 기초기술 분야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지원금을 조합이나 협회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수준의 지원은 하나마나다.

 한국 중소기업 백서와 일본 중소기업 백서를 비교했을 때 지원금은 한국이 더 많다. 하지만 항목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성사된 것은 없고 모양만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국가 과학기술을 걱정하는 진정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계에 필요한 요건 분석을 먼저하고 새 정부가 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틀을 짜 주어야 한다. 개인적인 욕심으론 과학기술 과련 부처 책임자의 임기를 20년으로 했으면 좋겠다. 간판만 바꾼 후 하고 있다 말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진정성과 책임감으로 과학기술을 키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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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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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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