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5정전사태의 교훈…국가전력망 새 판 마련에 초점
올해 전력 산업은 ‘9·15 정전사태’로 선진화된 전력망을 자랑해 온 신뢰와 자존심에 커다란 흉터를 남겼다. 반대로 그동안 지나쳤던 취약점을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계기도 됐다.
전력수급·에너지믹스·수요예측·비상대응 등 모든 것을 원점부터 다시 짜고 있다. 매뉴얼만 있었을 뿐 단 한 번의 검증도, 훈련도 없었던 비상대응책은 폐기하고 기관별 공조체계와 상황전파를 강화한 새로운 비상대응 매뉴얼을 만들었다. 약속만 있고 실행은 없었던 전력 수요관리제도는 실행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파견 인원이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시스템과 운영 모두를 개선했다. 새로 적용한 수요예측 프로그램은 패턴분석을 3항목에서 9개로 늘려 예측 오차율을 기존 5.1%에서 1.3%로 줄여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전기에 대한 인식’이다. 정전을 기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에너지 빈곤국임을 상기하고 전기절약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9.4%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현재 전기요금 원가 회수율은 90% 수준이다. 정부는 앞으로 원가 수준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해 에너지원 간 가격왜곡을 막고 효율적인 에너지사용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9·15 정전사태로 업계에서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조기 실현을 주장했고 지난달에는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발효했다. 제도개선과 인프라 구축·연구개발·실증사업뿐만 아니라 신규 서비스사업 창출로 시장 활성화에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국형 스마트그리드는 전력·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송·배전 시설부터 빌딩이나 공장, 일반 가정까지 전기에너지를 실시간 예측할 수 있다. 사용자가 에너지사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른 능동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가정에서는 설치된 스마트미터와 함께 인홈디스플레이(IHD) 등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통해 실시간 소비전력 및 요금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그리드가 공급자 중심의 전력계통망을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하며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운영이 가능하다.
올해 원자력발전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3일과 14일 울진원전 1호기와 고리원전 3호기가 잇따라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안전을 강조했음에도 동계 전력수급 비상기간에 일어났다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원절 설비에 대한 일대 점검 및 작업자 실수에 따른 사고는 철저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조정형·박태준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