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삼성그룹 모기업으로 출발해 ‘수출한국’ 신화를 달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삼성물산이 자원개발분야에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된 삼성물산은 전통적인 트레이딩사업 모델에 상사의 핵심 경쟁력인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력·마케팅능력·파이낸싱 능력 등을 접목시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내며 자원개발 기업으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환경, 자원 분야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분류하고 석유·가스·광물 등 전통 에너지 분야는 물론 LNG인수기지 운영사업 등과 같은 에너지 연관 사업과 태양광발전·바이오디젤 등 대체에너지 분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원 선진 시장 미국을 거점으로=지난 2008년 삼성물산은 미국 테일러 멕시코만 앵커광구를 인수하는 개가를 올렸다. 앵커광구 인수는 삼성물산의 정보력이 빛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미국이라는 대규모 시장을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 확인된 매장량만 6100만배럴에 달하는 양질의 유전(생산단계)에 군침을 흘리는 사업자는 삼성물산만이 아니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세계 각국에 구축한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수집에 나섰다. 그러던 가운데 테일러 전 회장이자 현 회장 남편이 생전에 교육 관련 자선사업을 활발하게 펼쳤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삼성물산은 최종 입찰 프레젠테이션에서 경쟁력 있는 인수 제안과 함께 작고한 전 회장의 공적을 치하하고 그 유지를 받들겠다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내밀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테일러 회장은 삼성물산을 선택했다.
이렇게 인수한 멕시코만 앵커광구는 인수 당시 진입장벽이 높은 선진 시장에 진출한 국내 첫 자원개발 사례인데다 하루 생산량도 1만4000배럴에서 현재 1만6000배럴로, 매장량은 인수 당시에 비해 1000만배럴 정도 증가한 7100만배럴을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성공적인 인수사례로 손꼽힌다.
삼성물산은 지난 11월 30일 미국에서 또 하나의 자원개발 성과를 만들었다.
미국 텍사스 퍼미안 분지와 뉴멕시코 등에 8개 생산 유전과 2개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는 석유·가스 전문기업인 패럴렐 페트롤리엄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
패럴렐은 현재 미국 내 최대 원유 산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와 뉴멕시코 등에 8개 생산 유전과 2개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3개 탐사광구도 보유하고 있다. 하루 총 생산량은 8400배럴 규모이며, 총 매장량은 6900만배럴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한국석유공사와 패럴렐 지분을 각각 90%, 10%씩 확보할 예정이며, 삼성물산은 향후 일부 지분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패럴렐 인수는 삼성물산이 석유 선진 시장인 미국 육상광구에 진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하고 석유·가스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 대주주로서 운영사가 돼 광구를 직접 운영을 한다는 것은 삼성물산 자원개발 사업 영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텍사스는 자원개발 관련 기술·금융·법률 등 전문 컨설팅 회사들이 포진해 있는 글로벌 자원개발의 메카이자 메이저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자원개발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지역이다.
◇석유로 쌓은 경험…에너지 전 영역으로=삼성물산은 지난 1982년부터 상사의 금융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삼성물산은 1996년 삼성건설을 합병해 현재 상사·건설 2개 부문에서 9000여명 임직원이 40여 개국에서 13조441억원(2010년 말 기준) 매출을 기록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삼성물산은 세계 전역에 구축한 인적자원을 해외 자원개발 원동력이자 정보망으로 삼아 움직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석유사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약 10여개의 유전 및 가스전을 확보, 탐사-개발-생산 등 자원개발사업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최근 패럴렐 인수로 육상광구 탐사와 생산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한 50여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했다.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자원개발 분야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미국 멕시코만 앵커광구에서는 5개 해상유전, 17개 플랫폼에서 유전 개발과 석유 생산·운영을 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은 지난 2007년에 중국 서부 내륙 마황산 서광구에서 생산을 개시한 데 이어 알제리 이사우안 유전에서는 지난 1991년부터 사업에 참여, 1998년부터 원유를 상업생산하고 있다.
1997년에 참여한 중국 마황산 서광구는 삼성물산이 44% 지분으로 한국석유공사 및 현지 회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직접 탐사 및 개발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마황산 서광구는 삼성물산이 E&P 기술을 확보하는 거점이 되는 지역이다.
삼성물산은 이외에도 한국가스공사 등과 함께 카타르 LNG와 오만 LNG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예멘·카자흐스탄 탐사사업에 참여하는 등 10여개 광구에서 에너지 생산 및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미국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추가 사업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강형규 삼성물산 자원본부장은 “국가 산업발전의 근원이 되는 자원·에너지를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종합상사의 미션이자 기능”이라며 “과거 공급 기능 중심에서 이제는 직접 광구 개발 및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자원개발 현황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