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 동서울변전소 갈등, 시각 전환점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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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하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동서울변전소 인허가 불허 결정' 취소 행정소송의 심판기일이 다음 달 16일로 늦춰졌다.

앞서 하남시는 지난 8월 21일 한전이 신청한 345kV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옥내화 토건공사 행위허가·옥내화 관련 전력구 정비공사 행위허가와 500kV 동서울 변환소 본관 부지 철거공사허가 등 4건의 허가신청을 불허한 바 있다. 사유로는 전자파 우려와 주민수용성 결여 등을 들었다.

이에 한국 전력은 이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4일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한 달 이상 연기됐다.

행정심판 주체인 경기도 행정심판위는 양측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유로 들었다.

이번 사안이 전국에서 빚어지는 변전소 건설 공사 관련 갈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히 처리하는 모양새다.

내 달 최종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경기도 행심위의 결정이 불러온 파장이 이미 적지 않다는 것은 명확하다. 하남시의 결정으로 한전이 추산한 손실액은 3000억원 규모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는 늘어나고 이는 곧 전기요금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하남시가 제시한 근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같은 손실은 더 뼈아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남시는 최근 경기도 행심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동서울 변전소와 같이 대규모 주거단지와 연접해 초고용량의 변환소가 설치된 사례는 전국에서 찾기 어렵다”면서 “한전이 측정한 전자파 측정값이 0.5851마이크로 테슬라(μT)에 이른다 해도 각종 연구에서 위험 기준으로 삼는 0.4μT 넘는 것은 건강권 침해가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에 대해 전자파 유해성과 관련해 유사 설비에 대한 전자파 합동 측정으로 안전성을 이미 검증했고 변전소를 옥내화하고 인근 일부 철탑을 철거하면 변전소 미관 또한 크게 개선된다고 맞받고 있다.

실제로 한전과 다수 연구기관 측정에 따르면 동서울변전소 전자파 수치는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 주변압기 1m 앞의 수치가 2.8μT(마이크로테슬라), 울타리 근처는 0.03~0.04μT다. 이는 국내 안전 기준인 83.3μT, 국제 기준인 200μT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하남시가 제시한 '입지선정과정 불투명으로 인한 주민수용성 결여' 사유 또한 취소사유가 될지 살펴야 한다.

동서울변전소는 이미 운영중인 시설로 부지 내에서 이뤄지는 증설 관련 절차는 입지선정 등과 관련한 주민 동의를 얻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남시의 이번 결정이 몽니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이같은 갈등이 하남시에만 국한될 일은 아니다. 변전소를 비롯해 송전선로, 송전탑 신증설과 관련해 전국 10여개 이상 지자체가 갈등상황에 있다. 이는 국가 전력 수급의 가장 큰 위협이다.

이번 행정심판이 변곡점으로 작용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의사결정 구조와 인식으로는 전력망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거버넌스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력 인프라 건설과 관련한 절차를 국가가 주도하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법' 통과에 국회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인식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변전소는 생활의 일부로 근린생활시설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의 말처럼 변전소는 건축법 시행령 상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다. 지역자치센터, 파출소 등과 같이 주민의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의미다. 전기를 쓰면서 변전소는 무조건 안된다는 논리가 더이상 작용해선 안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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