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앞마당인 실리콘밸리에서 보란 듯이 소프트웨어(SW) 인력을 대거 확충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해외 연구개발(R&D) 전진기지격인 ‘삼성전자 새너제이 연구소(SISA)’에 SW를 특화한 ‘미디어솔루션센터 아메리카(MSCA)’를 설립, 애플과 정면으로 승부한다. 삼성전자 새너제이 연구소(SISA)는 쿠퍼티노시의 애플 본사와 불과 십여㎞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애플 본사 근처에 거점을 확보해 적진 한 복판에서 겨뤄보겠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MSCA 설립과 더불어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모바일·스마트기기용 SW 인력을 대거 흡수했다.
일부 △품질 관리 매니저 △클라우드 서비스 디렉터 △모바일 센서 프레임워크 개발 PM △R&D 전략 코디네이터 △모바일 서비스 미들웨어 개발 PM △모바일 보안 PM 등 관리자급 인력과 △모바일 소셜 미들웨어 △모바일 데이터 마이닝 △비주얼·인터랙션 디자이너 분야 개발자와 연구원을 최근 새로 뽑았거나 채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에 이르는 실리콘밸리 현지의 SW분야 고급 인력을 뽑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인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연구조직도 꾸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새너제이 연구소 조직은 영상 알고리즘 및 스마트TV 플랫폼·사용자 경험(UX)·컴퓨터 사이언스·네트워크 표준 등의 연구 분야로 나눠져 있다. 삼성전자는 MSCA를 설립하며 산하에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선행기술연구소(Advanced Technology Lab)’를 새로 만들었다. 선행기술연구소에선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기기의 서비스·UX 부터 보안솔루션·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개발까지 담당하게 된다.
업계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새너제이 연구소는 어떤 곳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로 유명하다”며 “스탠퍼드·버클리 등 실리콘밸리 주변에 위치한 대학교에서도 SW 인력 리쿠르팅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MSCA 센터장 역할에는 삼성전자가 최근 영입한 데이비드 은 구글 전 부사장이 유력하다. 미디어·SW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인데다 실리콘밸리 현지 연구개발 환경에 삼성전자 내에서 누구보다 밝기 때문이다. 구글 재직 시 유튜브를 인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너제이 연구소와 같이 위치한 벤처 투자 조직인 ‘삼성 벤처스 아메리카(SVA)’를 함께 총괄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데이비드 은 구글 전 부사장은 최지성 부회장 보좌역을 맡는다”며 “일정 기간 최 부회장을 보좌하며 삼성에 적응한 후 사업부장이나 센터장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EO 보좌역은 삼성 내에서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가 각종 수장 자리를 맡기 전 거치는 관문으로 꼽힌다. GE 출신인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도 영입 직후 1년여간 CEO 보좌역을 지낸 바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