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한국을 찾아서 가장 놀란 회사가 팬택입니다. 1년간 스마트폰 판매량을 무려 7배나 늘렸으니까요. 이런 회사인데…. 오죽 답답했으면 사퇴라는 카드를 썼겠습니까.”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10일 만에 사퇴 의사를 공식 철회했다. 그의 일성은 “이제 과거보다 미래를 보고 죽 달려가겠다”였다. 새해 처음으로 매출 4조원대 돌파라는 비전도 처음 공개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16일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사퇴 의사를 거두고) 업무에 복귀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5년간 워크아웃 때문에 신규 투자를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자원으로만 쥐어짜듯 매출을 끌어올렸다”며 “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퇴라는 카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며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했다.
다행히 채권단 재투자(리파이낸싱)로 이번 달 팬택 워크아웃 졸업을 확정지어 사퇴 카드는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졸업으로 팬택이 드디어 고속성장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5년 만에 매출 3조원대를 돌파합니다. 새해 목표는 4조2000억원 정도 됩니다. 팬택 사상 처음으로 4조원대 벽을 돌파하는 것입니다.”
사실 팬택은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을 처음 시작해 98만대를 판매했다. 올해는 7배가량 늘어난 620만대 판매를 달성할 예정이다. 최근 공격적으로 뛰어든 롱텀에벌루션(LTE)폰의 반응이 좋아 새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1300만대로 100% 성장이 예상된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졸업으로 그동안 꽁꽁 묶여 있던 신규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회사채 발행 등이 가능해지면 우선 늘어나는 판매량에 맞춰 생산라인도 늘리고 해외 마케팅 인프라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현재 연착륙 중인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 등 다른 시장 2~3곳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스마트패드 시장을 개척할 뜻도 내비쳤다. 팬택은 이미 스마트패드를 만들 역량과 선도 기술을 확보해 놓았고 이제 투자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새해 초 스마트패드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을 시작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산이다.
워크아웃 졸업으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인수합병(M&A)을 통한 새 주인 찾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면 채권단이 더 좋은 몸값을 받기 위해 오히려 매각을 늦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M&A가 돼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오너십을 빨리 찾아올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팬택 설립자로서 팬택이 지속성장 가능한 다음 세대 경영시스템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5년간 워크아웃이라는 큰 산을 넘은 그는 팬택의 또 다른 ‘퀌텀 점프’ 시나리오도 구상 중이다. 글로벌 IT 공룡과 전략적 제휴는 물론이고 멀티 플랫폼 전략까지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한마디로 핸드 헬드 컴퓨터(손안의 PC)입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산업 시장입니다. 인구 수만큼 늘고 그만큼 교체 수요가 발생합니다. 팬택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갑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만난 상암동 팬택 본사 직원들은 이젠 더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다며 박 부회장과 비슷한 각오를 내비쳤다. 한 임원은 “부회장께서 사퇴한다니 그날 저녁 집사람이 당신도 따라 회사를 그만두느냐 물었다”며 “그땐 농담 반으로 당연하지라고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며 웃어 보였다.
장지영·황태호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