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협업, 강소기업 이끈다] 中企 성장한계 돌파구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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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다. 급격한 기술 변화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고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대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첨단 기술력과 자본을 기반으로 개방과 협업으로 기술·제품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외부 환경에 맞춰 즉시 변화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협업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완적인 기술, 지식 및 노하우 등을 가진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중소기업청,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공동으로 2회에 걸쳐 중소기업 간 협업 필요성과 주요 지원정책, 성과 사례 및 향후 발전 방안 등을 모색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 99%는 중소기업이다. 세계에서도 중소기업 비중이 이처럼 높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국가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풀뿌리인 셈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위상은 여전히 열악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이나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은 전체의 0.1%밖에 되지 않는다.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주력 사업에 얽매인 나머지 성장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제조업 기준으로 종업원 10인 미만 소기업 비중이 전체의 81.7%나 돼 국내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

 설상가상으로 1970년대 중반 이후 30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제조업 부문의 중소기업도 2000년대 중반 들어 성장 추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 중에서 성장이 정체된 중소기업 비중이 2001년 6.8%에서 2007년 11.2%로 60% 가까이 늘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 생태계로는 녹록지 않다.

 ◇협업의 중요성=협업은 이러한 중소기업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주요 대안으로 꼽힌다.

 협업은 연구개발, 원자재 구매, 생산, 판매 등 각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역할을 분담해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자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이 힘을 합쳐 역량을 키우고 경영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협업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진국 기업들의 글로벌 소싱 확대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투자 자금도 협업을 통해 분담할 수 있으며, 시장 실패 가능성을 낮춰 안정적으로 기업의 성장도 촉진할 수 있다.

 21세기 새로운 경영 환경으로 떠오른 융합은 중소기업 간 협업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이나 자본력에서 대기업보다 열악한 중소기업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창출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반면에 이업종 간 협업을 추구한다면 융합에 못지않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 지원제도=이러한 추세에 맞춰 우리 정부도 중소기업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협업관리자 제도와 협업자금 융자지원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협업 관리자(PM) 제도를 통해 협업을 하려는 기업에 대해 적합한 파트너를 발굴하고, 승인된 협업체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동인광학 등 총 74개 기업을 지원했다.

 협업사업계획 승인제도는 여러 기업이 협업해 상호보완적으로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는 협업사업계획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200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으로 협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257개의 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했다.

 협업시장화 지원사업은 협업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13개 업체에 총1억9300만여원을 지원했다.

 협업자금 융자지원제도는 협업기업의 판로개척, 기술 및 제품개발, 원자재 구매, 상표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 지원하는 제도다. 대출 금리는 연 3.8%로, 협업 추진주체에 45억원(운전자금 5억원 포함)을 지원한다.

 ◇주요 성과=아직 많지는 않지만 성공 사례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신발 생산·판매 기업 엘비스가버는 금형 제작 및 생산 업체인 진명INC, 신발 생산 업체인 스미쓰와 손잡고 기능성 신발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조다쉬’와 ‘개그’ 등 브랜드를 통해 마니아층을 유지하고 있는 엘비스가버는 마케팅과 상품 기획을 맡았다. 진명INC는 핵심 기술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고, 스미쓰에서는 이를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 3개사는 사업 초기 당시 2년 5개월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협업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후 매년 고공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엘비스가버의 매출액은 2008년 8억5600만원에서 2009년 17억6000만원, 2010년 4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엘비스가버는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13년까지 전국 로드숍 300개, 숍앤숍 400개 등 총 600여개의 판매망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엘비스가버 관계자는 “협업이 없었다면 완성품으로 나오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몇 배가 더 들었을지 모른다”며 “이번 협업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 생산라인을 완벽히 구축했으며,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초석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크랭크샤프트 전문업체인 선우씨에스는 회사 설립 과정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 회사 강호경 대표가 2008년 창업 당시부터 협업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크랭크샤프트 관련 업계에서 오랫동안 쌓은 노하우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설립 당시부터 공정 과정을 나누어 이익을 분배하는 사업 구조를 구상했다. 크랭크샤프트는 선박 엔진의 핵심 부품으로, 독일과 일본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우씨에스는 국제특수연마, 서남산기와 공동으로 ‘크랭크샤프트 생산라인 구축 및 가공’에 나섰다. 선우씨에스가 절삭가공 공정을 맡고, 국제특수연마와 서남산기가 각각 연삭가공, 선삭가공에 대한 공정을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이 사업은 내년 9월까지 계속된다.

 선우씨에스는 1차적으로 일본과 독일이 독점하고 있는 대형 중속 엔진용 일체형 크랭크샤프트 완제품 생산 기술을 세계 수준까지 끌어올려 정상 궤도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09년 20억원에서 2010년 75억원으로 껑충 뛰었으며, 올해는 700억원대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선우씨에스 관계자는 “세 회사가 나눠 설비투자를 해 초기 투자액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납품 과정 역시 공정별로 나눠 맡아 납기일을 단축했고, 전문성을 높여 고품질의 완성품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정책 계획=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하 재단)은 앞으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집약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품 소재 및 산업별 모듈형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대학, 공공연구소의 미활용 기술을 중소기업 간 협업으로 제품화하도록 지원하는 ‘미활용 기술의 협업사업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협업 형태에 따른 맞춤형 지원체계를 수립하고, 해외시장개척단 수출상담회 참여 지원 등 협업 제품의 해외 판로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시행할 계획이다.

 정영태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협업은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을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협업 지원 정책을 수립,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협업 지원 정책 현황>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