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무서운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이동통신사들의 데이터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실제로 SK텔레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G 데이터 트래픽은 1만 52테라바이트(TB)이었으나 2분기 1만 5,027TB에서 3분기에는 2만 1,085TB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1분기 6,690TB, 2분기 8,970TB, 3분기 1만 3,630TB로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다.
데이트 트래픽이 늘어난 주요 원인은 데이터 무제한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사용자를 무리하게 모집한 것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데이터 폭증을 예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고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해외 사례를 참고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에서는 합리적인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 무제한을 무작정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트래픽을 적절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해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망의 안전성, 다수 이용자의 이익보호를 위해 카카오톡, 스마트TV 등을 일정 조건 하에 이동통신사가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실제로 지난 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망중립성 정책방향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이용자 권리, 공정경쟁,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고루 반영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 데이터 무제한 사라진 미국, 무늬만 무제한만 남아
망중립성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의 상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단일 국가로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발 데이터 무제한 폐지 영향을 그대로 받아서다.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망중립성 이슈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현재 미국에서 데이터 무제한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초로 아이폰을 공급한 2위 이동통신사 AT&T는 이미 작년에 데이터 무제한을 없애고 QoS를 통해 데이터 과금을 진행하고 있다.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도 버티다 못해 지난 7월부터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고 매달 30달러(2GB), 50달러(5GB), 80달러(10GB) 요금제를 신설하고 10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면 1GB당 10달러를 추가로 내는 정책을 도입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T모바일은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월 200MB까지는 10달러, 2GB까지 20달러, 5GB는 30달러, 10GB는 60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인바 있다.
스프린트의 경우 노트북과 태블릿에 제공되는 무제한 데이터를 먼저 폐지한 후 스마트폰도 제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까지 스마트폰 사용자에 대해 데이터 무제한을 유지하고 있으나 회사의 이동통신망 틀을 와이맥스(미국판 와이브로)에서 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전환하고 있어 버라이즌이나 AT&T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에서 데이터 무제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늬만 데이터 무제한인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매트로PCS는 주로 미국 전역이 아닌 대도시와 같은 한정된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가상이동망사업자라(MVNO) 버라이즌이나 AT&T와 비교해 음성품질과 망 투자 여력에서 비교가 어렵다.
T모바일이 지난 9월부터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데이터 무제한 선불폰도 실제로는 데이터 사용에 제약이 많다. 가격 자체는 월 50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고 사용자는 무제한으로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데이터는 100MB가 넘으면 자동으로 QoS가 적용된다. 웹서핑과 이메일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낮춘다는 뜻이다.
■ 망중립성에 따른 합리적 과금체계 도입해야
T모바일과 마찬가지로 무제한으로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월 19달러에 제공하는 리퍼블릭와이어리스도 기본 골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언뜻 보면 데이터 무제한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음성과 문자, 데이터에 필요한 대역폭을 와이파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CUI(Cellular Usage Index)라는 값으로 고객 자신이 이 서비스에 적합한지를 체크 받아야한다.
와이파이에서 벗어난 곳에서 데이터를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리퍼블릭와이어리스도 매트로PCS처럼 다른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쓴다. 스프린트의 3G망을 이용하는데 데이터는 300MB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미국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무제한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도 QoS를 통해 트래픽을 조절하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정한 망중립성 3대 원칙인 투명성 보장, 차단 금지, 차별 금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동통신사가 QoS로 트래픽을 조절함과 동시에 서비스 업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상당수의 이동통신사들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네트워크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데이터 무제한 폐지와 QoS를 이용한 1% 헤비 유저를 제한하는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무척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논쟁과 함께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무제한 폐지 논의가 내부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누가 먼저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하느냐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전파를 물이나 석유처럼 아껴서 써야한다는 사용자들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는 "미국처럼 종량제를 도입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정부가 통신료 인상에 상당히 부정적이라 QoS를 통한 절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료에 일정 용량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추가 트래픽은 추가 요금을 내는 제도가 적합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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