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상미디어 업계가 ‘디지털 형질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직면했다. 전체 인구의 셋 중 한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넷 중 한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환경이 구축되면서 콘텐츠 유통 시장에 급격한 디지털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타임워너, CBS, 디스커버리, 드림웍스, 비아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영상미디어·콘텐츠업체들이 앞 다퉈 ‘넷플릭스’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넷플릭스는 영화, TV프로그램을 온라인 스트리밍과 DVD 대여 방식으로 유통하는 전문업체다.
이들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이유는 하나다. 소비자들의 영화와 TV프로그램 이용 방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이나 TV가 아닌, PC나 휴대기기를 사용해 영상콘텐츠를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하는 인구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자 DVD 우편대여 서비스와 가격을 분리했다. 그동안은 DVD 대여 서비스를 월 8달러에 제공하고, 2달러만 더 내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해줬으나 9월부터는 각각 8달러를 받고 있다. 독자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경쟁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이외에도 아마존과 애플이 참여했고,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도 키오스크 운영업체 레드박스와 손잡고 곧 경쟁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타임워너 소유의 인기 영화·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HBO는 자체 ‘고(Go)’ 서비스에서 각종 영화와 드라마 등을 디지털 형태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거대 미디어들이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주목하는 흐름은 최고경영자(CEO)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세계적 금융사 UBS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주관한 컨퍼런스에 참석한 영상미디어업계 CEO들은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중요성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체이스 캐리 뉴스코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은 넷플릭스와 훌루 같은 인터넷 기업과의 디지털 유통 거래”라며 “디지털 공간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5년 이상 우리의 넘버원 이슈가 될 것”으로 단언했다.
미디어기업들이 넷플릭스와의 계약에 앞 다퉈 나서며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오히려 이들 미디어 기업의 자체 서비스를 경계, 첨예한 경쟁을 예고했다.
리드 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고객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될 최고의 콘텐츠를 얻기 위해 온라인 영상 유통업체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넷플릭스의 최대 경쟁자는 결국 타임워너 HBO의 고(Go) 서비스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美 영상미디어 업계의 디지털 콘텐츠 유통 확대 움직임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