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침체한 경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이 한층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상생 차원에서 획기적인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연체 이자, 수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은행권 최저 수준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인하하기로 한 결정에 이어 더욱 파격적인 행보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9월 대출금 연체 때 최고금리를 기존 18%에서 13%로 인하했고, 시간 외 거래 할증을 없애는 등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도 대폭 낮춘 바 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순이익 감소는 내실경영으로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조 행장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축기견초(築基堅礎:기초를 세우고 바탕을 다지는 것)’를 내년 경영이념으로 삼겠다”며 “이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로 100년 은행을 향한 초석을 세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올해 프로모션과 캠페인을 없애고도 개인고객 1000만명을 돌파했듯이 저비용 고효율 방식 영업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공중전화부스를 리모델링한 길거리점포를 올해 30곳에서 내년 1000여곳으로 늘리고, KT플라자에 소규모 점포를 마련해 신규 통장을 쉽게 개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방송인 송해 씨를 모델로 세워 개인고객과 서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메시지도 더욱 알릴 계획이다.
해외 진출 전략도 적극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내년 초 베트남 하노이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도 추진한다.
조 행장은 “중소기업이 진출했거나 진출할 지역은 모두 나간다는 게 우리 계획”이라며 “외국 파견자 체류기간 제한을 없애 능력만 있으면 원하는 대로 현지에 머물 수 있도록 했고 현지 행원 인사체계도 본사와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내년 2∼3월께 단일은행으로는 처음 자산 규모 200조원, 중소기업 대출액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아직도 기업은행이 기업만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품을 다수 개발해 이런 오해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