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팬택과 박병엽 부회장의 새 출발

 팬택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4년 8개월 만에 끝날 모양이다. 채권단이 팬택의 채무 4500억원 가운데 2138억원 상당 채권을 공동 융자(신디케이트론)로 바꿔 워크아웃 졸업을 허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간단한 절차만 남아 이달 안에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가운 소식이다. 두 번째 출발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다.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게 돼 기쁨을 감출 수 없다. 더욱 노력해 국제적인 기업으로 크겠다는 임직원의 다짐도 나왔다. 한마디로 팬택에 경사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소비자에게 삼성전자와 LG전자뿐만 아니라 팬택이 만든 휴대폰을 계속 전해주기를 바란다. 금융권(채권단)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데에만 집착하지 않고 기업의 고충을 얼마간 덜어준 사례도 가치가 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만 그 기쁨을 임직원과 함께 하지 못했다. 그제 갑작스레 팬택을 “떠나겠다”고 했다. 자기 지분을 내놓고 헌신적으로 회사를 살릴 만큼 그는 곧 팬택이었기에 그 말을 반신반의하는 이가 많다. 채권단도 그가 팬택을 계속 맡아주기를 바랐다. 박 부회장이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니 안타깝다. 워크아웃에 돌입하기 전부터 5년 6개월여간이나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났다. 그 새 생때같은 직원을 2000명이나 내보내야 했으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을 것이다.

 체력과 정신을 소진한 그를 놓아줄 때가 된 듯도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텔슨전자·스탠더드텔레콤·와이드텔레콤 등과 함께 1990년대 한국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의 새 주자로 나섰던 그가 떠나면 모험가도 사라질 것 같아서다. 박병엽 같은 이가 많은 게 통신 산업과 시장에 이롭지 않겠는가. 어떤 방식이 됐든 그와 팬택의 두 번째 멋진 출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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