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 사장단 인사는 한 마디로 검증된 ‘뉴리더’ 중용을 통한 삼성의 변화와 혁신 추구로 요약된다. 매년 정기 인사 때 이름을 올렸던 삼성가 3세들의 승진은 유보한 대신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 재고에 기여한 임원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부품과 완제품 이원화 구조를 완성하는 ‘투톱체제’를 구축하면서 부품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검증된 ‘뉴리더’ 중핵경영진 중용=올해 인사는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6명 등 지난해 10명과 비슷하지만 올들어 사실상 수시 인사체제가 굳어졌고 3세들의 승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내년 선진국 경기가 어렵더라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춰볼 때 글로벌 시장의 경기 침체를 정공법으로 돌파할 리더들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는 철저하게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을 중핵 경영진으로 보강해 회장단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 7월부터 반도체와 LCD사업을 포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총괄을 맡아온 권오현 부회장 내정자는 예상대로 최지성 부회장과 ‘투톱체제’를 이루게 됐다. 부품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삼성의 메모리 분야 리더십을 한층 견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삼성물산 대표 부임 이후 글로벌 성장 기반 구축에 공을 세운 정연주 부회장 내정자도 같은 맥락에서 회장단에 포함됐다.
사장 승진 내정자들의 공통된 이력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눈부신 활약’이다.
개발 담당 임원 중 최초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사장 자리에 오르는 이철환 내정자를 포함해 김창수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내정자 등이 모두 각 분야에서 삼성을 글로벌 선두주자 반열에 올리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들이다.
◇ 더 젊어진 삼성, 3세 승진 이번엔 유보= 이번 인사에서는 또 ‘뉴리더’라는 칭호에 걸맞게 삼성 사장단의 연령도 더 낮아졌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전체 사장단 평균 연령이 기존 56.3세에서 내년 55.8세로 낮아진다”며 “이번에 새롭게 사장 승진된 임원들이 바로 ‘뉴리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사장단 인사에 앞서 큰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은 결국 불발로 끝났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도 이번에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009년 당시 이재용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뒤 지난해에도 3세들의 승진이 연이어 화제로 부각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이미 이들 3세들이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사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라고 직접 밝힌 것처럼 이들 3세들은 ‘순리에 따라’ 경영 수업을 더 거친 뒤 승진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후속 임원인사·조직정비 관심=이날 그룹 사장단 인사 단행이후 삼성 계열사 별 임원인사, 조직개편이 뒤를 잇게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인사 최대 원칙으로 ‘신상필벌’을 강조한 만큼,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실적을 검증받은 인재 중심의 등용이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진 인사는 다음주 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새로 뽑힌 수장이 적지 않다. 이들의 특성에 맞는 임원진과 조직 개편이 계열사 별로 단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DS총괄이 부회장에 오르면서 사업부내 인사, 조직의 새로운 정비가 불가피하다. 무선사업부도 신종균 사업부장 사장 이외에 이철환 부사장이 승진하면서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 무선사업부는 올해 실적을 반영해 대규모 승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는 수장 변경은 없는 가운데 내년을 겨냥한 막판 인력·조직 재배치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규·김유경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