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이어 반도체 공장 설립 배경은
삼성이 내년 중국에 해외 투자로는 사상 최고인 9조원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감행하기 때문이다.
◇최대 시장을 잡아라=삼성전자가 반도체 팹까지 짓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는 중국에 LCD와 반도체 팹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는 중국 쑤저우에 LCD 모듈공장과 반도체 조립공장을 가동해왔다. 하지만 핵심인 반도체 웨이퍼 가공은 국내와 미국 오스틴에서만 진행해왔다.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은 양산 규모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총 투자금액이 5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여기에 3조4000억원 규모 LCD 팹 투자 금액까지 합하면 총 9조원 규모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해외 단일 국가에 10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투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키우고 현지에 생산 거점까지 설립해 시장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매출 154조원 가운데 40%인 62조원을 중국에서 올렸다. 중국 사업의 확대는 강호문 중국삼성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다. 강호문 중국삼성 부회장은 최근 “중국 사업 2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더욱 많은 중국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것을 돕기 위해 한층 더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내년 중국 수교 및 현지 진출 20주년을 맞아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라는 설이 흘러나왔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공장 총투자금액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며 “중국 지방정부와의 협상 등 아직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중국 투자 남은 관건은=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총리실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는 짧게는 2주, 길게는 3개월 가까이 소요된다. 삼성전자의 투자는 최첨단 기술인데다가 첫 번째 중국 반도체 투자인 점에서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대한 향후 투자 계획도 중요 변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도시공사, 평택시와 고덕신도시에 392만㎡ 규모의 반도체 생산부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화성에도 2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남아 있다. 정부는 삼성전자의 국내 투자가 차질을 빚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중국 진출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중국 정부 및 지방정부와의 협상에서 어떤 조건을 이끌어낼지도 관심사다. 최첨단 낸드공장인 만큼 중국 지방정부에서도 여러 혜택을 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지분을 몇 %까지 허용할지도 삼성전자의 고민거리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팹 투자는 처음인 만큼 산업기술보호위원회가 삼성전자 신청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