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 정국이 헛돌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2012년도 예산안은 지난 2일 법정시한을 넘긴데 이어, 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 사태까지 겹치면서 오는 9일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극히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이 계수조정위원회를 열어 회기내 처리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단독처리에 이은 선관위 해킹 악재 돌출로 이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은 회기내 처리가 불발되더라도 연내 임시회를 열어 여야간 타협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줄다리기= 한나라당은 6일 민주당 불참속에 예산안 증액심사를 위한 계수조정소위 속개를 시도했다. 감액심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증액심사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와 민주당의 심사 동참을 압박하기 위한 다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5일 계수조정소위 회의에서 “보류사업을 남겨 놓았지만 1차적으로 (감액심사를) 마쳤다”며 “정기국회가 며칠 남지 않아 부득이 증액 사업을 심사하고자 한다”고 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도 “삭감액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증액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한나라당의 성의 있는 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원내대표 간에도 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올해 만큼은 날치기나 단독심사를 막겠다”고 몰아붙였다.
◇단독처리 가능성= 야당이 9일 이전에 예산심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미 FTA로 촉발된 대여 공세 고삐를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태로 더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수읽기’에 들어갔다. 민생·복지예산, 한미 FTA 후속대책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예산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악화된 여론과 재창당 수준의 쇄신논란에 당내 동력이 다소 약해졌다 하더라도 예산안 만큼은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다만, 미디어렙법 처리 합의가 나왔듯 여야 원내대표 채널을 통한 협상은 계속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그래도 느긋한 정부= 각 부처는 연내 예산안이 결정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326조1000억원에 상임위 심사를 거치면서 추가된 11조5000억원이 이 같은 인식을 더욱 굳게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회의원들이 당론에 따라 표나게 움직이지는 못해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예산 챙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안이 통과 못돼 예산을 못 쓰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예산과 재정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일부 선심성 예산이나 중복 예산 이 국회 여야 논의를 거쳐 좀 더 감액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