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이동통신 시장은 여러모로 뜻깊은 일이 많았다. 연초부터 고성능을 앞세운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차세대 이동통신망이라 부르는 4G 롱텀에볼루션(LTE)이 상용화됐다. 얼마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1대 이상 보유한 `스마트 가족` 비율은 전체 가구의 42.9%에 달했다. 작년 4.9%보다 무려 9배나 늘어난 수치다.
스마트 기기가 늘어난 만큼 데이터 사용량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실제로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세계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음성 사용량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 데이터 사용량이 해마다 280%씩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발표된 자료는 다소 충격적이다. 지난 달(11월) SK텔레콤과 KT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데이터 사용량은 각각 2,282테라바이트(TB)와 1,635TB로 적정처리용량을 10%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SK텔레콤에 따르면 하루(1Day) 기준으로 국내 총 데이터 사용량은 올해 0.34페타바이트(1PB는 1,000TB)에서 내년은 0.64PB, 오는 2013년에는 1.31P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태로 가면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이동통신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업계의 우려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 데이터 사용량 급증에 `휘청`… 정액제 재검토
이처럼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이동통신사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에 거의 다다르고 있다. 특히 현행 데이터 무제한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일부 헤비 유저와 불법 웹하드 및 P2P 서비스가 문제다. 모든 고객이 이용해야할 재산을 일부 사용자가 점거해 이용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무제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 무제한을 앞서 도입한 해외에서는 이미 합리적인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 무제한을 무작정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헤비 유저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동통신망 품질보장(QoS, Quality of Service)을 통해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예가 대표적이다. 일본 2위 이동통신사인 KDDI는 지난 10월 1일부터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스마트폰 고객의 이용을 제한했다. 최근 3일 동안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량이 38.4기가바이트(GB)가 넘는 고객이 대상이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LTE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데이터 폭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작년 12월부터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데이터 증가폭이 너무 가팔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NTT도코모는 "1%의 헤비 유저가 전체 트래픽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쓰지무라 기요유키 부사장은 "매년 두 배씩 늘어나는 데이터트래픽은 LTE로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결국 NTT도코모는 강력한 QoS를 통해 데이터 무제한 손질에 들어갔다. 지난 9월에 발표한 새로운 LTE 요금제를 들여다보면 겉으로는 데이터 무제한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7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면 속도가 75Mbps에서 128Kbps로 낮아지는 구조다. 원래대로 75Mbps 속도를 내려면 2GB당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을 폐지한 셈이다.
일부 헤비 유저에 대한 규제는 일본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본 일간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가 자매지 닛케이커뮤니케이션이 234개 기업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50%가 넘는 이용자가 `상식 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별도의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헤비 유저의 데이터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응답도 27%를 기록했다.
■ 무제한 데이터 방치는 결국 모두의 피해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일부 헤비 유저를 대상으로 데이터 무제한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다수의 이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더구나 그 동안 QoS를 통해 사용자들의 데이터 속도를 제한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버티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장 많은 3G 트래픽을 감당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현행 데이터 무제한에서 QoS를 통해 속도를 낮추거나 제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일부 헤비 유저가 기지국에서 소화할 수 있는 트래픽의 대부분을 소유해버려 다른 사용자의 3G 속도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극소수 고객이 어처구니없이 데이터 통신을 사용하면 그 피해가 전체 고객에게 미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앞서 언급한 NTT도코모를 비롯해 KDDI, 소프트뱅크 등이 데이터 무제한에 QoS를 적용해 서비스 전면개편에 나서고 있다.
UBS증권 가지모토 코우헤이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무제한 재검토는 이미 세계적 트렌드이며 일본에도 이 흐름은 곧 현실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에서는 사용자 정서를 고려해 가능한 네트워크 고도화에 최선을 다한 후 QoS를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LTE 전국망을 조기에 구축하고 와이파이와 클라우드 이동통신망, 와이파이 등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분산시킬 계획이다. 이후에는 데이터 무제한에도 QoS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경우에도 결국 이동통신사가 트래픽 분산 솔루션을 만들어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이를 해외로 수출했다. 여기에 카카오톡도 국민 애플리케이션으로 거듭나지 않았느냐"며 "데이터 무제한 폐지와 QoS 이야기만 나오면 사용자와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이 반발부터 하고 나서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가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동통신망은 분명히 한계가 있고 고갈되고 상황이라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플랫폼 사업자, 고객간 이해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이버즈 기자 shulee@ebuz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