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43년 전력인생을 모두 내 건 자존심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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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년 전력인생을 모두 내 건 자존심 싸움.’

 올해 동계전력수급기간은 맞이하는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의 마음가짐이다. 전력거래소 새 수장으로 부임한 후 보름 동안 43년 전력 인생 힘의 절반을 쏟았다고 말하는 남 이사장은 겨울철 전력피크 대비에 남은 절반마저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각오다. 올 겨울은 그에게 우려와 기대가 함께 있는 시간이다. 국내 전력 역사상 최악의 위기로 꼽히는 시기지만, 이번만 무사히 넘기면 9.15정전사태 때 실추된 전력엔지니어들의 자존심과 국민 신뢰감을 함께 고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9회말 투아웃, 실투 용납 안 돼=“9회말 투아웃에 등판한 구원투수의 기분이 아마 지금 제 심정일 것입니다.”

 공 하나에 승리와 패배가 갈리는 순간. 남 이사장은 국내 전력상황과 자신의 위치를 이 같이 표현했다. 볼을 던질지 스트라이크를 던질지 고민하는 그의 결정은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9.15 정전사태가 지난 지 불과 3개월 남짓, 동계 전력수급 위기라는 더 큰 폭풍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전력거래소 이사장직은 누가 맡아도 부담백배다. 서로가 마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리지만, 남 이사장이 이를 수락한 것은 전력인의 한 명으로서 정전사태에 대한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승부수는 실수와 착오 최소화다. 지난 정전의 원인을 △수요예측 및 공급능력 판단 실패 △위기상황 초기대응 미흡 △유관기관 공조체제 실패 등 인재의 성격으로 판단하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데 집중했다. 적어도 9회말 투아웃에 실투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남 이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것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전력인들의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민들이 정전을 다시 겪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짧지만 많은 준비, 9.15때와는 달라=남 이사장은 지난달 14일 취임 이후 동계전력수급기간이 시작된 5일까지 동계 전력수급 대책 마련을 위한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지 못했다. 짧은 기간,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그가 주목한 것은 노하우와 속도다.

 취임 직후부터 경험 있는 전문 인력풀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5000만 국민을 안전하게 이끌고 갈 역량 있는 전력 조종사를 물색하는데 주력했다. 중앙급전소 계통업무를 보기에는 아직 완숙한 경험이 없다고 판단한 직원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고 5일부터 전력계통 운영 경험이 풍부한 경력 30년 이상의 전문가 8명을 정식 배치했다. 기상상황에 따른 전력수요예측을 위해 기상청 베테랑 2명도 추가 영입했다.

 남 이사장은 “위급 시 조치 단계를 명시화한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이를 현명하게 적용할 줄 아는 경험 있는 인재의 중요성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며 “앞으로도 전력 전문인 양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거래소 조직 전반에 속도문화가 새롭게 정착하고 있다. 남 이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7시 30분으로 바뀐 출근 시간은 전력거래소의 새로운 속도문화를 대변한다. “국가 전체의 전력을 공급하는 기관으로서 그 어떤 현장보다 빨리 출근해 하루는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조기출근 제도는 전력상황을 한 발 앞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가 전력계통의 심장부인 중앙급전소는 ‘중앙전력관제센터’로 개편하고 이사장 직속기구로 두면서 남 이사장이 직접 관리한다. 여기에 별도의 ‘동절기 전력수급대책 상황실’을 마련해 전력 위기 시 현장에서 직접 업무를 처리하고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일련의 조치를 통해 전력거래소는 인력과 수요예측 면에 전문성을 확보했고, 위기 대처능력도 강화했다. 남 사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매우 짧은 기간이었지만 조직의 약점을 상당부문 개선하고 적극적이고 신속한 조직문화를 정착시켰다”며 “일년 중 단 하루도 실수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동참, 국민적 실천 있어야=“전 국민이 이번 한번만 절전에 동참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일본과 같이 절전으로 전력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길 바랍니다.”

 올 겨울 전력수급 관련 남 이사장이 꼽은 해법은 국민 동참이다. 아무리 좋은 수요예측 시스템과 위기대응 매뉴얼을 갖춰도 절전운동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력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9.15 정전사태도 절전을 약속한 계약고객들이 이를 실천하지 않았던 만큼 비상 시 조금씩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고효율 기기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견해다.

 중장기 전력수급에서도 절전은 꼭 필요한 요소다. 남 이사장은 발전소 건설입지 확보가 곤란하고, 송변전 설비 건설 지연 등 물리적 제약으로 공급력 확충은 한계에 와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시간에 사용량이 몰리는 피크 상황에 맞춰 발전소를 계속해서 늘리는 것은 국가적 자원 낭비다. 결국 현재의 공급력 수준에서 효율적인 전기사용 패턴을 정착해 수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경제성이나 안정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지론을 폈다.

 남 이사장은 올 겨울이 전력위기를 절전으로 극복하는 첫 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9.15 정전사태의 교훈과 산업계에 불고 있는 절전협약, 강력한 정부대책 등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는 스마트한 에너지입니다. 사용도 스마트하게 해야 합니다. 전열기기와 같은 소비재로 쓰는 행태를 줄이고 절약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올해는 물론 향후 3년간의 전력위기도 무리 없이 지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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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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