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과 인터넷쇼핑몰 간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두 서비스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인터넷 디스플레이 광고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융합형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글, 1일 배송서비스 도입=구글은 백화점 ‘메이시스’, 의류 브랜드 ‘갭’, 사무용품 전문점 ‘오피스 박스’ 등과 제휴를 맺고 고객이 이들 업체의 제품을 주문할 경우 24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고객이 각 사이트를 일일이 찾지 않고도 구글 내에서 각 사의 상품 재고와 배송 일정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외견상으로는 아마존이 내놓은 ‘프라임 서비스’와 비슷하다. 아마존은 연간 79달러를 내면 구매 제품을 1~2일 안에 배송하는 이 회원제 서비스로 9월 말 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49% 이상 늘었다. 배송 제품 수는 무제한이다.
구글의 새 서비스에는 시사점이 있다. 구글은 이 거래를 통해 앞으로 무한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게 된다. 검색으로는 가질 수 없는 핵심 정보다. 추후 신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요긴한 데이터가 된다.
◇디스플레이 광고시장이 관건=포털과 인터넷쇼핑몰과의 전쟁은 인터넷 디스플레이 광고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광고에서 디스플레이 광고까지 그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 2009년 ‘체크아웃’이라는 전자결제서비스로 이베이와 한차례 전쟁을 치렀다. 이베이는 자사 결제시스템인 페이팔과 구글의 서비스가 겹치자 판매자에게 체크아웃 사용을 금지하고 구글 검색광고를 철회했다. 구글은 결국 두 손을 들고 체크아웃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번 서비스는 체크아웃보다는 조심스러운 수준이다. 배송만 책임지는 수준이지만 고객 DB가 남는다. 누가 더 많은 고객 DB를 확보해 소매사업자들에게 광고수수료를 받는가에 따라 사업 승패가 갈린다는 것을 구글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한국 사례가 주는 시사점=우리나라는 이미 네이버와 오픈마켓 간 ‘기싸움’이 한창이다. 네이버는 1일 방문자수 1600만명이라는 막강한 힘을 내세워 중소 인터넷쇼핑몰들의 거래를 자사 사이트로 집중시키고 있다. 네이버ID로 로그인하면 결제까지 네이버 사이트 내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이 때문에 오픈마켓들은 쇼핑몰사업자들이 빠져나가 거래 및 광고수수료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구글은 네이버보다 절대적인 점유율이 높지 않고 새 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한다. 소매업체들과의 제휴에도 자금이 든다. 일부 인터넷쇼핑몰들이 무료 배송까지 나서고 있어 차별화할 포인트도 약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초기 투자가 많이 들겠지만 구글은 콘텐츠에서 전자상거래까지 도맡으려 하고, 아마존은 웹사이트 서버를 업그레이드시키며 검색 품질을 높이고 있다”면서 “둘 간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과 아마존 전자상거래 배송 서비스 특징
(자료 : 각사 취합)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