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분쟁 쟁점과 전망

 케이블TV에서 고선명(HD) 화질 지상파 방송이 중단된지 일주일이 흘렀다. 양측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쟁점은 재송신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가와 그 범위다.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재송신을 둘러싼 쟁점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재송신 대가 지급해야 하는가=법원이 지상파에게 재송신 대가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낸 근거는 현행 방송법의 동시방송중계권과 저작인접권이다. 저작인접권을 침해하지 않는 단순 수신보조행위라는 SO 주장에 대해서는 자막방송 등을 제외하고 송출하는 등 변조과정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수신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입법상 불비에 대해 지적하는 학자들의 논의가 있어왔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는 ‘지상파 재송신 저작권 및 대가 제도 연구’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의무재송신, 의무제공, 유효시청권 확보 의무 등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에서도 KBS1·EBS 이외에 KBS2·MBC·SBS를 의무 재송신 채널에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대가 지급이 합의되더라도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재송신 대가에 대한 논의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송신 대가 산정 근거=지금까지 양측은 서로 기여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해왔다. 지상파가 요구하는 280원도 기존 IPTV·위성방송과 계약하긴 했지만 산출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한 수신료 대가 산정안이 있다.

 SO가 가입자에게 받는 수신료, 광고수입, 홈쇼핑 매출액과 난시청률, 지상파 시청점유율, 광고 수익 등이 기준이다. 지상파가 받아야 할 몫은 지상파 재송신에 따른 가입자 수신료와 홈쇼핑 수수료의 일정부분이다.

 반대로 SO의 기여분은 난시청 해소에 따라 시청률이 늘어나 높아진 지상파 광고 수익이다. 지상파 난시청 지역 시청자는 유료방송을 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여기에는 SO 기여분에 가중치가 붙어야 한다.

 ◇다른 방송사업자에 영향=구두 합의안대로 기본 CPS 100원을 양측이 합의하면 SO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방송 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지급하는 송출수수료 일부에서 지급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는 SO 재허가 부대조항에 전체 매출액의 25% 이상을 PP 송출수수료로 지불토록 명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CPS 280원에 합의하고 ‘최혜대우’ 계약을 맺은 IPTV·위성방송은 지상파 방송사와 재협상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혜대우란 다른 유료방송과 계약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또다시 재송신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KBS 수신료와 콘텐츠 대가 이중 부담 문제=KBS는 TV수상기가 있는 모든 가구에서 TV수신료를 징수하고 있다. 전체 시청자의 80% 이상이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직접 수신을 하지 않고 KBS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KBS에게 콘텐츠료를 이중 부담하는 효과가 난다. KBS는 의무재송신 채널이 아닌 KBS2에 대해서만 대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KBS 회계에서 의무송신 채널인 KBS1과 KBS2가 분리되지 않고 있다.

 ◇SO 디지털 전환 속도 조절=디지털 가입자에 대해서만 과금키로 한 이번 합의안 때문에 SO가 디지털 전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디지털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SO의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SO 입장에서는 2013년까지 최대한 디지털 투자를 미루는 게 이익이다.

 ◇지상파 난시청 해소 의무 태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투자를 안 해서 유료방송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지상파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한다. 지상파 방송을 시청자가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면 지상파가 얻는 수익은 광고비에 한정된다. KBS는 여기에 TV수신료가 추가된다. 지상파가 투자를 게을리 해서 난시청 지역이 늘어나면 시청자들은 유료방송에 가입할 수밖에 없고 지상파는 광고비 외에 재송신 대가를 추가로 벌게 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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