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 승진 없다 못박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위기일수록 투자를 늘린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내년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했다. 다가올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아직 지위나 역할에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1일 이건희 회장은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2011년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경영 구상과 투자 방향 등에 대해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이 회장은 2012년 삼성의 경영 구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계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더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선진국, 특히 미국이나 유럽(EU)의 경제 불안 요소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확대한다’는 지론대로 “(내년에) 보통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위기 때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위기 확산 등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둡지만 적극적 투자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이 회장은 ‘위기 때일수록 투자는 과감하게’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내년 삼성전자의 투자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40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철저히 성과에 따라 임원을 발탁하는 삼성의 ‘신상필벌’ 원칙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이달 초로 예정된 정기 인사와 관련해 “잘한 사람은 더 잘하게끔 발탁을 하고 못한 사람은 누른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성과 중심 임원 중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회장 승진 가능성은 없다. 지위나 역할에도 변함이 없다”며 일축했다. 여성 임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제기됐던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사장 승진 가능성도 부인했다.
올해 들어 이재용 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대외 활동을 확대하면서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이번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김유경·김인순기자 yuky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