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동인은 뭘까. 김 대리는 왜 월요일 아침마다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에 몸을 맡기는 것일까. 일요일마다 신발 끈을 묶고 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행동은 건강 또는 단풍놀이 이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행위를 분석하는 이론은 다양하다. 개인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 구조주의적 사회학이 대표적이다. 경제학자 역시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일부 경제학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하나의 형태로 인간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 같은 프레임에서는 인간은 ‘이해(Interest)’를 좇는 부류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29일 오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이행 법안에 서명했다. 비준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이로써 내년부터 저작권 분야에서 논란이 됐던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간주된다. 지난 10여년간 한미 통상회의에서 다뤄졌고, 그때마다 논란이 됐던 안건이 마침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인간을 이해를 좇는 부류라고 가정할 때, 수차례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수용을 요구한 미국은 분명 저작권 분야에서 이득이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 역시 “다소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고, 그것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무엇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변화시켰을까. 축산업·농업 등과 마찬가지로 피해가 예상되지만, 자동차·IT 수출확대 등 국가 경제 전체를 생각한 결정일 수 있다. 국익을 위해 저작권 분야에서 일부 양보를 했을 수 있다. 미국은 줄기차게 그동안의 저작권 분야 협상에서 일시적 저장 수용을 요구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유리한 플러스 알파가 있을 게 분명하다.
2009년을 정점으로 저작권 위반 및 단속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계도와 홍보도 있었지만, ‘저작권 자살’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적잖은 초·중·고등학생들이 고생을 했던 결과다. 저작권 기반의 법률시장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모델로 자리 잡았다.
미래는 말 그대로 미래다. 어떠한 일이 발생할 지 알 수 없다. 일시적 저장을 복제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되기를 바란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