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는 지난 2010년 UN 전자정부 평가 1위에 오르는 등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됐다. 이 같은 찬사에도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예전같지 않다. ‘충분한 수준에 올랐으니 이 정도면 됐다’는 성급한 판단 때문이다.
세계 1위 명성을 이어 전자정부 선진화를 도모하고 미래 성장 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식정보산업연합회 뉴IT이노베이션 정책연구회(회장 임춘성·연세대 교수)와 전자신문은 ‘대한민국 정부의 1등 IT 상품인 전자정부의 현황과 향후 추진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업과 학계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전자정부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참석자들은 전자정부가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데 공감했다. 이와 함께 그간의 시행 착오를 바탕으로 발전적 진보를 위한 준비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전제로 전자정부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새로운 개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권헌영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
이맹주 강남대 행정학과 교수
이종욱 티맥스소프트 대표
조항기 삼성SDS 상무
황규철 행정안전부 정보화지원과 과장
사회 = 임춘성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사회(임춘성 연세대 교수)=전자정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하자.
◇권헌영 광운대 교수=전자정부 시초는 행안부 전신인 총무처 시절 주민등록 전산화다. 당시 전자정부 세계 1등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감소했음은 물론이고 전자정부 품질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주관부처의 문화적 영향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다.
지난 2007년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전자정부 등 IT 기획 업무가 행정안전부로 이관됐다. 옛 정통부는 경제정책에, 행안부는 일반행정에 무게중심을 뒀다. 정통부가 전자정부로 IT산업 발전을 도모한 반면에 행안부는 행정 편의에 보다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정부에 투입되는 예산이 줄고 있는 것이다.
◇조항기 삼성SDS 상무=전자정부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전자정부는 행정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 고도화 못지 않게 우리나라 국가 경제 틀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전자정부를 시작한 초창기 우리나라 인구 중 70%가 농업에 종사했다. 이후 산업사회 시절 농업 인구는 10%로 줄었다. 정보화사회로 발전하며 산업인구가 정보화로 이동했다.
전자정부 예산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은 아쉽다. 전자정부 수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자정부를 핵심 산업으로 키우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정부에서 고민해야 한다. 민간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면 강구해야 한다.
◇사회=전자정부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다보니 전자정부 수출이라는 의제가 거론됐다.
◇이종욱 티맥스소프트 대표=세계 1등 상품인 전자정부를 브랜드화해 수출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전자정부에 글로벌 IT 기업 제품인 오픈소스 SW가 적용되고 있는 것은 재점검해야 한다. 오픈소스 SW를 이용할 때에는 무료지만 유지보수는 유료다. 전자정부 예산이 줄다보니 오픈소스 SW가 확산되는 게 아닌 지 궁금하다. 자칫 전자정부 수출이 글로벌 IT 기업 상품을 재판매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가 국산 SW가 점목된 전자정부 수출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맹주 강남대 교수=전자정부 발전 그림을 그리는 게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앞선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자정부를 20년간 했으니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기다. 일례로 지자체는 전자정부 유지보수 비용 부담으로 신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유지보수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
전자정부 내실화 관점에서 생활밀착형으로 변화를 도모해야 하지만 지자체를 비롯해 각급 기관이 유지보수 부담으로 기술 발전도 따라가지 못하고 콘텐츠도 확충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정부 서비스를 무료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전자정부가 고부가가치사업이 되도록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유지보수 비용 확보 혹은 재투자도 마찬가지다.
◇사회=전자정부 예산 감소를 비롯한 정책적 아쉬움에 대한 의견이 개진됐다.
◇황규철 행정안전부 과장=전체 정보화 예산은 줄지 않았다. 대규모 신규 정보화 사업 축소로 이해한다. 대규모 정보화 사업이 일단락된 만큼 현 정부는 정보시스템 간 활용과 연계에 초점을 맞추는 등 질적인 수준은 높아졌다.
정부는 정보시스템 구축 이후 연계와 활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축적된 공공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한다. 공공정보를 민간에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민간 투자 유도가 가능할까 등. 이렇게 함으로써 전체 정보화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고 민관 공생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권헌영=예산이 줄지 않았다는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전자정부가 세계 1등에 오르자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내실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자정부는 여전히 유치사업이다. 시장이 격화된, 경쟁 성숙도가 높아 정부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아니다. 전자정부 사업 경쟁이 심한지 되묻고 싶다. 전자정부는 여전히 정부가 앞장서 연구개발과 인력, 투자를 늘려야 하는 분야다.
◇사회=전자정부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며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을 두루 점검했다. 앞으로 전자정부는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논의하자.
◇조항기=우리나라가 전자정부를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잘 해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전자정부 시장은 정체됐다. 기업 입장에선 역성장이나 다름없다.
주민등록 전산화에서 오늘날 스마트정부에 이르기까지 전자정부 모델은 20년이 됐다. 현 시점에서 전자정부 효율성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전자정부를 개발, 지방으로 이전하는 체계는 안된다. 각각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발전에도 한계를 드러낸다.
전자정부 추진 체계를 재점검하고 다시 한 번 위상을 재고해야 할 때다. 전 국가적으로 IT 산업이 성장하고 전자정부 시장을 키우려면 추진 체계를 반드시 재점검해야 한다.
◇이맹주=전자정부가 주요 사업으로 대두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국가 주도 예산을 늘려가는 건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또 전자정부가 간판 정책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신규 사업비가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자 기업의 불만인 듯하다. 기존 전자정부 서비스를 평가해 없애는 경우가 없다. 이른바 IT 일몰제다. 필요하다면 강구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이종욱=전자정부 혜택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예산을 집행할 때 전자정부는 IT에 많이 할애했으면 좋겠다.
과거 전자정부가 애초부터 수출을 겨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정부는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현재 수출 시장도 여전하다. 중동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지에서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
앞으로 전자정부를 추진할 때 수출 가능성을 고려한 발주와 정책이 구체화돼야 한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출 가능성에 가점을 주고 국산 SW를 적용하면 배려하는 등 수출이 우선순위가 되도록 하면 전자정부가 대한민국을 알리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사회=전자정부 발전을 위한 마무리 말씀 부탁한다.
◇이맹주=전자정부를 포함해 무엇이든 시작 혹은 확대하는 것은 정부가 잘한다. 하지만 내실을 다지는 건 정부가 잘 못 한다. 전자정부에 또 기회가 온다고 본다. 전자정부가 활성화될 때까지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종욱=전자정부는 정부와 국민, 기업이 모두 수혜자가 되는 선순환 모델이다. 전자정부는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은 사업이다. 브랜드화할 수 있는 가치있는 사업이다.
정부가 스마트 전자정부를 추진할 때 수출하기 위한 정책을 반영하길 기대한다. 그렇게 해야 상상력을 갖고 SW를 만들기 위한 도전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가 전자정부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 단계적 발전을 도모하길 기대하는 바이다.
◇조항기=실질적 행정 서비스 전달 체계가 급선무다. 일례로 원스톱으로 복지 예산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체계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해결해야 할 큰 숙제다.
◇황규철=전자정부를 비롯해 산업 진흥 정책 위주로 많은 것을 하고 있다.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또 IT 산업 진흥에도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민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같은 요구를 들었다. 정부는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려 한다.
◇사회=전자정부는 행정 효율성 제고, 대국민 서비스 고도화와 IT 산업 진흥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행정 효율성 제고와 대국민 서비스 고도화, IT 산업 진흥은 같은 뜻이나 다름없다. IT 산업 발전이 전제돼야 행정 효율성을 제고하고 대국민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하다.
이처럼 전자정부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순환 고리가 끊어진 듯 한 게 아쉬움이다. 전자정부 초기 전자거래(CALS)를 비롯해 전자상거래(EC), e비즈니스 등으로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 전자정부도 새로운 개념으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승화돼야 한다는 게 오늘 토론회 참석자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 학계 등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 전자정부는 최종 사용자인 대국민 서비스 체감, 행정의 효율성 증진, 관련 산업 진흥 역할을 한다.
정리=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