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하이마트 임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25일 전체 매장 휴업·법적 대응법 모색 등 유진그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유진그룹은 대주주 경영권 행사는 고유 권한이라며 오는 30일 선종구 회장 퇴진을 강행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임직원들로 구성된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대치동 본사 앞에서 유진그룹의 경영권 장악을 강력히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유진이 일방적 경영권 장악을 위해 30일 열릴 주주총회·이사회에 상정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 측은 대표이사 개임 건을 이사회가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25일에는 전직원이 휴가를 내고 304개 지점장이 본사에 모여 별도 궐기대회를 진행키로 했다.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내놨다.
비대위는 “유통 사업의 경험이 없는 유진의 일방적 경영 참여는 부적절하다”며 “하이마트는 지분 31%를 소유한 유진만의 회사가 아니고 하이마트 임직원을 포함한 69% 주주 모두의 회사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또 “유진그룹이 경영성과도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임기도 많이 남아있는 선종구 대표이사를 교체하려 한다”며 “인수 당시 유진이 창업자인 선 회장에게 경영을 맡긴다는 약속을 뒤집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24일 오후 선종구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본인의 업무에 충실히 매진해달라”며 “우리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하이마트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호소했다.
반대편에 서있는 유진그룹은 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 회장 퇴임 건도 강행 처리 방침을 고수했다.
유진그룹은 최근 선 회장이 보인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난 10월 그룹차원에서 하이마트에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에 다하겠다는 취지로 유경선 그룹 회장이 공동대표에 선임됐고, 선 회장도 사전 논의과정에서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선 회장이 각자 대표제를 요구했고 이를 수용했음에도 다시 자신만을 단독대표로 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진그룹은 선 회장이 또 지난 18일 열린 긴급 임원회의에서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릴 테니 임원들은 21일까지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한 것도 월권행위라고 비난했다.
콜옵션 행사를 통한 유진그룹의 추가지분 확보도 최대주주와 2대 주주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지분경쟁으로 표현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와 창업자간 벌이고 있는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은 오는 30일 최종 마무리된다. 대표이사 개임(바꿔서 임명) 건이 포함된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30일 예정돼 있다. 6명의 이사회 멤버 가운데 4명이 유진그룹 측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 대립각이 날카로워와 사전 타협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주총전 전격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현재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지분을 31.4% 보유하고 있다. 선종구 회장은 우리사주조합 등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28% 정도의 우호지분을 갖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하이마트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하며 740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존 경영진이 갖고 있는 유통 노하우가 사라질 경우, 기업가치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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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