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가 특가상품?…정부청사서도 판매

위해식품 자동차단관리시스템서도 제외돼 방치

소형 소매점 재고 등에 대한 수거 대책 마련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민경락 기자 = 정부가 흡입 시 폐를 굳게 만드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렸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수거되지 않은 살균제들이 상점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거 명령 이후에도 동네 슈퍼마켓은 물론 정부종합청사 매점 등에서도 수거대상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상인들은 수거 명령이 내려진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연합뉴스가 6종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수거 명령 이후 1주일이 경과한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수거 여부를 조사한 결과, 다수의 소매 유통점에서 여전히 살균제가 유통되고 있었다.

특히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조차 동물 흡입실험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세종로 청사 본관 1층에 있는 매점 진열대에는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 주방세제, 손 세정제 등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 종로구 안국동의 한 마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수거 대상 가습기 살균제를 찾을 수 있었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매장에 판매 중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종로구 안국동의 한 마트에서 판매 중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주택가도 예외지역이 아니었다.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경기도의 한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가 초특가 기획상품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렇듯 어렵지 않게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찾을 수 있었지만 현재로선 일괄적으로 이들을 통제할 방법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전국적인 수거 명령이 내려졌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 편의점 등을 제외한 중형 유통업체나 소형 슈퍼마켓 등은 아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경기도 한 주택가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기획세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 같은 긴급 판매 중단이나 회수 상황에 대비해 전국의 대형마트에서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총 1만여개가 넘는 판매업체에 위해식품 자동차단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특정 제품의 유해성이 확인되면 대형매장은 물론 소형 슈퍼마켓의 단말기까지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 중단 정보가 즉시 전달되도록 설계됐다.

이 경우 판매를 위해 해당 제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즉시 위해상품이란 경고가 단말기에 표시된다. 자칫 제품 위해성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못한 소매점주가 해당 상품을 판매해 발생할 수도 있는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는 위해식품 자동차단시스템에 등록될 수 없다. 식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식약청 관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슈퍼마켓 주인은 "아직 제조사나 유통사로부터 수거 명령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예전 비슷한 경우에는 바코드로 상품을 찍으면 `위해상품`이라고 전산에 떴는데…이번에는 뜨지도 않는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습기 살균제가 발견된 소매점주들은 아직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은 물론 정부의 수거 명령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매점 관계자는 살균제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잘 팔리지 않는 품목이지만 팔면 안 된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답했다.

또 한 동네 슈퍼마켓 업주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졌고 정부가 수거 명령을 내렸다는 기자의 설명에 "그런 일이 있느냐?"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업체와 보건당국은 소형 슈퍼마켓이나 일부 개인 온라인몰 등에서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수거되지 못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해 생산량의 4% 내외로 이들은 대부분 관리가 쉽지 않은 소형 소매점의 재고로 추정된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식 판매처의 도소매 물량은 수거 완료했지만 국내에는 복잡한 판매망들이 존재한다"며 "온라인 개인몰, 지방의 작은 판매처 등에서 수거하지 않은 제품을 발견하면 연락을 달라고 공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8월 대부분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한 만큼 올해 유통제품은 대부분 지난해 생산된 제품"이라며 "다음 주 중으로 가습기 살균제 수거율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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