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버스, 반독점 소송 진행 현황
자료:하이닉스반도체
하이닉스가 11년간 지속된 램버스와 반독점 소송에서 마침내 승소했다. 이 승소로 최대 120억달러(13조6000억원)가 걸려 있던 손해배상금 지급 부담을 털어버리게 됐다. 하이닉스는 지난 5월 램버스와 특허소송에서도 승소, 램버스와 기나긴 악연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에서 진행 중이었던 램버스와 반독점 소송에서 16일(미국 현지 시각) 승소했다고 밝혔다.
램버스는 앞서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D램 업체가 담합, DDR 제품 가격을 낮게 책정해 자사 기술인 램버스 D램이 시장에서 퇴출됐다며 미국 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램버스는 이 같은 담합행위로 자사 손해액이 약 39억달러(4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었다.
램버스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했다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하이닉스는 피해액의 세 배인 약 120억달러를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릴 수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은 램버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하이닉스 손을 들어줬다. 이날 배심원단 12명 중 9명이 D램 업체들의 담합행위가 없었으며 램버스 피해도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송 기간 동안 하이닉스는 램버스 D램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된 것은 자체 기술적 결함과 고가 제조비용 탓이지 다른 D램 업체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배심원 결정을 환영한다”며 “지난 5월 특허침해소송 항소심에 이어 반독점소송에서도 승소함으로써 11년간 진행된 램버스와 소송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았으며 이에 따라 회사의 불확실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또 “이를 계기로 지나치게 남발되는 특허괴물들의 무분별한 특허소송에도 큰 경종이 되고 우리 기업들도 좀 더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램버스가 이번 판결에 불복, 고등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항소심은 법률심으로 배심원 심리절차가 없으며 판사들에 의해 재판이 이뤄지기 때문에 하이닉스 측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낙 큰 규모의 소송이어서 각사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6일 뉴욕 증시에서 램버스 주가는 61% 급락한 반면에 마이크론은 23% 급등했다. 하이닉스 주가는 17일 코스피 보합세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3.8% 오른 2만3200원으로 마감했다.
하이닉스는 소송에 대비해 소송충당금을 쌓아왔으며 이번 승소로 환입될 가능성이 높아 수익이 개선될 전망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소송충담금이 환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법률적으로 검토 작업에 들어간 상태여서 정확한 환입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내년 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