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만하임지방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분쟁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11일(현지시각) 독일 법원은 모토로라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애플이 삼성전자의 3G 특허 침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특허 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트가 전했다. 포스페이턴트는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뮬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플로리언 뮬러는 11일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대 애플의 재판에 직접 참석한 후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년 1월 20일과 27일에 정해진다.
11일의 공판에서 삼성전자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는 EP1005726과 EP1114528로, 각각 △서비스품질(QoS)에 따른 프레임 데이터 프로세싱 방법론과 단말기 터버 인코딩/디코딩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서 레이트 매칭에 사용되는 디멀티플렉서(Demultiplexer) 및 멀티플렉서 제어 장치와 제어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이 소송은 두 가지 측면에서 애플에게 유책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특허 라이선스 기간의 만료다.
애플은 아이폰 초기 제품을 내놓을 때 인피니온의 통신 칩을 채택했는데 인피니온은 삼성전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인텔이 인피니온의 모바일 기술 부문을 인수했고, 애플은 인텔이 인수한 후 인텔 브랜드의 인피니온 칩을 계속 사용했다.
문제는 인텔과 삼성전자의 라이선스 계약은 인피니온과 삼성전자 간 계약과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뮬러는 지적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특허 만료에 의한 침해를 주장했는데 이것이 “2011년 1월 이후 인피니온 칩의 인텔 버전을 사용한 데서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인지, 인피니온의 라이선스 기한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침해했다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유책 사유는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기술 라이선스에 애플이 적극적으로 먼저 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기술이 FRAND라고 주장해 왔으며 네덜란드법원 역시 이 주장에 손을 들어주어 삼성전자의 애플 제품 판금 요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독일법원은 특허 보유자에게 훨씬 우호적이다. 독일법원은 이전에 갤럭시탭 10.1이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판결내린 바 있다.
네덜란드법원은 삼성전자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가 FRAND라며 기각했지만 특허권자의 권리에 더 민감한 독일법원은 네덜란드법원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FRAND 기술이라고 해도 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협상의 우선적인 책임이 기술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 주장에 대해 FRAND 기술이라며 반박했지만 플로리언 뮬러에 따르면 독일법원은 “FRAND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측이 기술 보유자 측에 라이선스를 요청해야 한다”며 “표준기술특허를 사용하고자 하는 애플이 삼성에 FRAND 기술 사용 허가를 얻어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FRAND 기술은 공정한 업계 경쟁과 시장 발전을 위해 특정 경쟁사에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 없으며 다만 라이선스 비용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FRAND 기술을 경쟁사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이 역시 불공정 반독점 행위가 된다.
이날 법정에서 애플은 공개 문건을 통해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매년 70억~80억달러어치의 부품을 구매해 왔으나 그동안 삼성은 한 번도 자사의 표준필수특허에 대해 침해를 주장한 적이 없다”며 “애플이 비표준 특허에 대해 삼성전자의 침해에 대해 소송하자 보복조치로 (이제서야) 복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공개 진술했다.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제기한 3G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2건 다루고 있으며 원래 같은 날 각각 다른 사건으로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건이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때문에 3시간에 걸쳐 삼성전자의 모든 주장과 양측의 변호를 들었다. 삼성전자의 세 번째 소송은 12월 16일(독일 현지시각)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이 법원은 일주일 전 모토로라의 애플 소송에서 애플의 결석(default judgment)으로 모토로라의 손을 들어줬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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