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그린파워 코리아]<3부>대기업의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 ⑤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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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유럽법인이 건설한 이탈리아 북부 로비고 지역의 6㎿급 태양광발전소 전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아사다 데루오 마루베니 사장을 만나 일본 태양광 발전 사업 진출에 대해 논의했다. 원전 사고로 전력이 부족한 일본에서 그룹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비즈니스를 시도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김 회장은 최근 일본 뿐 아니라 미국·말레이시아 등 각국 관계자를 만나 태양광·바이오시밀러 등 그룹 새 주력사업 진출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온 계열사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태양광·2차전지 소재·바이오시밀러 등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전에 없는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는 지금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태양광으로 미래 밝힌다=‘태양의 미소가 우리를 설레게 하는 건 그 속에 내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을 키우는 에너지, 한화’

 요즘 한창 나오는 TV광고만 봐도 한화그룹 대표 신사업이 ‘태양광’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침체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도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가 보여주고 있는 활발한 움직임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지난해 1월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 30㎿ 규모 태양전지 제조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부터다. 지난 8월 한화케미칼은 모듈 기준 세계 4위 규모 중국 태양광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꿨다.

 솔라펀 인수는 한화가 단숨에 글로벌 태양광 기업으로 부상하는 시발점이 됐다. 업계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인수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다.

 한화솔라원은 중국 상하이 인근 치둥 산업지구에서 400㎿ 규모의 잉곳·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500㎿의 태양전지, 900㎿의 모듈 생산규모는 올해 말 각각 1.3GW, 1.5GW로 늘어난다. 이곳 외에도 중국 난퉁경제기술개발지구에서 2단계에 걸쳐 각각 2GW 규모의 태양전지·모듈 생산설비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로 1GW 설비를 내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R&D없이 성공없다=한화는 태양광 생산규모 확대는 물론이고 연구개발(R&D)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는 1366테크놀로지·크리스탈솔라 등 태양광 벤처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며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화케미칼이 지분을 인수한 1366테크놀로지는 잉곳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용융 상태의 폴리실리콘에서 직접 웨이퍼를 생산하는 다이렉트 웨이퍼(Direct Wafer)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모듈은 규석-실란가스-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최근 지분을 인수한 크리스탈솔라는 모듈 제조 과정 중 실란가스부터 폴리실리콘·잉곳까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2~3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웨이퍼 제조과정에서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분야 R&D를 전담하는 연구소 ‘한화솔라아메리카’를 설립하며 한·중·미에 이르는 글로벌 태양광 R&D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한화솔라아메리카 연구소장이자 한화그룹 태양광 부문 글로벌 최고기술경영자(CTO)인 크리스 이버스파쳐 박사는 25년간 태양전지 공정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나노솔라 등에서 CTO를 역임하기도 했다.

 ◇수직계열화로 경쟁력 배가=R&D를 실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경쟁력은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한화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발전에 이르는 태양광 전 분야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한화솔라원을 통해 잉곳부터 모듈까지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한화케미칼 이사회가 지난 4월 연산 1만톤 규모 폴리실리콘 공장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조 부문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폴리실리콘 공장은 2013년 하반기 본격 가동을 시작해 이듬해부터 연간 50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규동 한화케미칼 상무는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을 통해 2014년 이후 내부적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수요를 자체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경기 변동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성과 원가경쟁력의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설립된 한화솔라에너지는 국내외에서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을 적극 전개해나간다는 목표다. 북미·유럽 등에서는 글로벌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사업을 전개해 2015년까지 보유사업 규모(파이프라인) 1GW 이상을 확보하고, 연간 100㎿ 이상의 발전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태양광 발전사업 분야 유망업체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발전시장 개척을 위해 한화그룹 미주법인인 한화인터내셔널을 통해 루프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리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원루프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화 유럽법인은 이탈리아 북부 로비고 지역에 직접 투자·건설한 6㎿급 태양광발전소에서 지난달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한화는 전국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발전설비를 무료로 설치해주는 ‘해피선샤인’ 캠페인을 통해 ‘나눔경영’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150억원을 투자해 올해 30개 복지시설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500여 사회복지 시설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최 상무는 “완벽한 수직계열화와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화금융네트워크의 금융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접목해 태양광 분야 전 영역에 걸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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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라원 중국 치동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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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라원 중국 치동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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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