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기대감 높은 하이닉스, SK실탄 받아 세계 3대 반도체 메이커로 부상

 하이닉스가 새 주인을 찾게되면 세계 반도체 업계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12조원의 매출과 3조2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반도체 업계 6위에 랭크돼 있다. 올해는 D램 가격 하락 등에 따라 다소 순위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3년 호황기에는 다시 순위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계 안팎에서는 하이닉스가 지난 10년간 채권단 그늘 아래에서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상대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D램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가격 인하가 예고돼 지난해부터 가격 인하폭이 적고 수요가 늘고 있는 낸드플래시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해야 했으나 시기를 놓쳤다.

 마이크론이 D램 비중을 낮추고 낸드플래시를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변화하면서 지난 3분기 하이닉스를 제치고 메모리 업계 2위로 부상한 것과 대비된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하이닉스 이사회 등 내부에서 낸드플래시 투자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과감하게 진행하지 못했다”며 “채권단이 투자를 보수적으로 운영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으나 새 주인을 맞이하면 이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불경기에는 특히 과감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만과 일본 메모리 업체들이 대규모 적자, 감산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오히려 완벽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호기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의 자금 투자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올해 시작된 30나노급 미세공전 전환은 물론이고 20나노급, 20나노 등의 기술 개발에도 풍부한 자금력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업계 1, 2위인 인텔, 삼성전자와는 매출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3~5위인 TI, 도시바, 르네사스와는 큰 차이가 없는 만큼 SKT 투자여부에 따라 단숨에 세계 3위 반도체 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낸드에서는 하이닉스가 이미 청주에 공장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투자만 결정되면 바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하이닉스의 매력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앞서 ‘인수 후 시스템 반도체 강화’를 천명한 만큼 이 부문 확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주력이지만 실리콘 파일 등 비메모리 반도체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청주M8 라인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통신 기술을 위해 국내 팹리스 기업들과 공동으로 제품 개발에 참여한 사례가 있고 엠텍과는 중국에서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이 분야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미미한 만큼 TSMC와 같이 순수 파운드리로 방향을 잡을 경우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둘다 진행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만큼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닉스가 이번 매각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10년간 주인없는 회사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 관리회사라는 측면 때문에 인재 영입에 한계가 있었던 데다가 여러차례 매각절차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장점보다는 단점만 부각돼 내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표류해온 하이닉스가 새 날개를 달지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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