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T 융합을 가로막는 건 기술수준이 아니라 법제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3일 ‘IT이노베이션 대상’ 행사와 함께 열린 융합전략 세미나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료정보화센터장은 딱 잘라 말했다. 급변하는 기술시장에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의 말이 유독 와닿는 것은 의료IT 융합 시장의 거대한 발전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 1.2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IT융합 시장은 2020년까지 세계경제 성장률 3~4%보다 높은 연평균 11.8% 수준의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료IT 시장은 다른 융합시장에 비해서도 성장성이 높다. 이 시장은 현재 1600억 달러에서 2020년 6650억 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국방IT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이루고 있다.
의료IT의 발전은 ‘치료가 아닌 예방’이 가능한 ‘맞춤의료’ 시대의 선결조건이다. 환자 개개인에 대한 질병예측, 의료정보 통합관리가 가능하려면 관련 인프라 구축부터 이뤄져야 하는 탓이다. 지경부는 이러한 IT융합 시장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융합 신산업을 발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장선점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성, 진행하고 있다. 병원과 기업이 한 자리에 모여 공동 연구개발을 약속하고 관련 네트워크도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의료IT 기술이 아닌 의료법이다. 현재 시범단계에 있는 원격진료는 의료법에 가로막혀 사용이 어렵다. 창상 등에 대한 진료도 의료행위가 아닌 상담이나 정보제공의 범위에서만 가능한 수준이다. 병원간 환자의료정보 교환도 불가능하다. 결국 현재 최종 수요자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IT 서비스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개괄적인 질환 안내를 받는 정도다.
수요가 있어 시장이 열리고 성숙해가는 것은 산업의 자연스런 흐름이다. 맞춤의료 시대를 대비해야 할 국내 시장도 문제지만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이 같은 기술과 서비스를 수출하고 의료IT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이제부터라도 낡은 법제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