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계학계는 한 젊은 과학자의 성과에 깜짝 놀랐다. 그의 연구논문이 미국 기계학회가 발행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학술지 ‘저널 오브 트라이볼러지’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구자가 이 학술지 최고 논문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유수 논문을 제치고 최고 자리를 차지한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태호 박사(37)다. KIST 에너지메카닉스센터에 근무하는 김 박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최우수 논문 선정에 김 박사는 누구보다 가슴 뿌듯했다. 자신의 실적이나 성과 때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 통신, 바이오 등에 관심을 갖지만 기계 분야는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게 통상적인 분위기 입니다. 하지만 한국을 이끌어 온 바탕에는 기계가 있고 수상을 계기로 한국도 기계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기계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는 독일이다. 후 순위는 독일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은 일부 선진국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계기술 분야 첨단으로 꼽히는 로켓, 항공엔진 제조기술을 보유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항공엔진을 독자개발하지 못했다.
“문제는 앞선 기술을 가진 선진국이 기술제휴나 개방을 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하지 않는거죠. 때문에 대다수의 국가들이 기계 분야 연구를 맨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김 박사가 일궈낸 성과는 더 빛을 발한다. 김 박사 논문은 차세대 헬리콥터 터보 추진기관용 무급유 베어링 연구에 관한 것이다. 기존 기관에 사용되는 베어링은 윤활유를 사용해 무게와 추가 장치 부담이 크다. 그의 논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기로 윤활유를 대체, 기관 무게를 10% 이상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중점을 뒀다. 그의 논문에 담겨 있는 ‘고온 상태의 무급유 베어링 시스템’은 선진국에서도 앞다퉈 개발에 나선 분야라 벌써부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박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전자와 함께 기계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 분야는 강대국으로 가기 위한 토대입니다. 자동차 부가가치가 큰데 이보다 더 큰 부가가치가 항공기술입니다. 현재 우리기술은 약합니다. 기계 분야는 나노나 바이오처럼 시대적 흐름을 타지 않지만 오랜 먹거리와 경쟁력을 가진다고 확신합니다.”
김 박사는 “우수한 학생들이 기계 분야 연구계통을 외면하고 이 분야를 떠나는 연구자도 있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이 분야 연구를 지속해야 하고 그 자리에 제가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