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 정부가 1400억여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가상 사이버 전쟁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공격용 사이버 무기 개발에도 2300억여원을 들여 속도를 높인다.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레지나 듀건 국장은 8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현대전에서는 폭탄 등 전통적인 무기와 사이버 무기의 결합이 필요한데 상당히 취약하다”면서 “공격적으로든 방어적으로든 빠르게 발전하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對) 테러담당 특별보좌관도 이날 미국의 사이버 공격 대응 능력을 지적하며 “미국의 컴퓨터 시스템이 매우 취약하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DARPA는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사이버 공격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계획을 내놓았다. 핵심은 사이버 전장 구축이다. 가상공간을 만들어 해킹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 훈련 등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 작업을 위한 예산으로 1억3000만달러(약 1452억원)를 책정했으며 내년에 마무리 된다. 록히드 마틴, 존스 홉킨스 대학 등 35개 주요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공격용 사이버 무기 연구 비용도 획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DARPA의 2012년 회계연도 예산 중 사이버 무기 관련 비용을 8000만달러 이상 늘린 2억800만달러(약 2324억원)로 책정했다.
듀건 국장은 “국방 예산이 최근 감축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격 대응 능력 개선이 필요해 이 분야로 투자 방향을 바꿔가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사이버 관련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군사적 필요성에 부응할 수 있도록 수년 안에 공격적 능력에 대한 사이버 연구 비중도 함께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릭 마자콘 DARPA 대변인은 “위성과 무선통신을 갖춘 새로운 네트워크에 대한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몇 주 간격으로 이뤄지는 비밀 공격 실험 주기도 2~3일간으로 줄여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