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요건을 완화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석유제품 대리점이 무자료 거래를 주도, 유사석유 유통의 온상이 됐다. 무자료 거래란 유사석유를 유통하기 위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고받는 것이다. 석유제품이 들어오고 나간 물량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7일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석유유통협회 회원으로 등록한 대리점 수는 48개지만 국내에는 600개에 달하는 대리점이 영업 중이다. 지난 1997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 이후 6배 이상 늘어났다. 700㎘ 저장설비와 50㎘급 운반차량 임대 계약서만 있어도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자격을 갖추지 못한 대리점이 대부분이다. 휴대폰 하나로도 대리점 영업을 할 수 있다. 임대 계약서만 제출해놓고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은 과거 석유제품 수입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은 대리점과 폐업 후에도 영업 중인 대리점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 석유유통협회는 지난해 기준으로 519개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업체는 수익성 악화로 거의 철수했지만 대리점은 그대로 남아 무자료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가제 때 SK에너지와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대리점 자격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급 계약을 맺어주지 않아 외국 제품 수입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사석유를 유통하다 적발돼 관할 세무서에 폐업신고까지 한 업체가 버젓이 영업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자 등록증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폐업 후에도 과거 사업자 번호로 가짜 세금 계산서를 남발하고 있다.
유사석유를 유통하다 걸려도 걱정할 일이 없다. 운영하던 대리점을 팔고 다른 데 가서 새로 열면 된다. ‘대리인(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한다. 명의를 빌린 대가를 지급하고 적발될 때에 대비해 위로금 명목을 계약사항에 넣기도 한다. 적발 후 대리점을 넘기는 과정에서도 다량의 가짜 세금계산서가 발행되기도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폐업한 대리점에 대한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리점 등록 후에도 저장시설 및 차량 임차 계약이 유효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