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희소금속을 확보하라](하)도시광산, 유미코어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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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역에서 모인 폐전자제품. 이 폐기물을 파쇄해 최대한 균질하게 만드는 것이 도시광산사업의 시작이다.

고갈되는 자원을 확보하라.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도시광산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쓰고 버린 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해 원래 금속이나 소재로 만들 수 있는 도시광산사업은 자원 고갈에 대응하고 주요 금속의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기업들 또한 이러한 가치에 주목하고 도시광산사업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는 넘어야 할 산이자 교과서 같은 기업이 있다. 벨기에가 자랑하는 금속제련·소재 생산 기업인 유미코어. 이 기업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도시광산사업 근거지인 벨기에 호보켄을 다녀왔다.

 ◇폐기물에서 20여 가지 금속이=벨기에 안트베르펜의 작은 시골 마을 호보켄. 네로와 파트라슈가 뛰어다니던 ‘플란다스의 개’ 배경으로도 유명한 이곳에 유미코어 도시광산사업 핵심 플랜트가 자리 잡고 있다.

 115만㎡ 규모 부지에는 금속제련 시설과 도시광산 처리시설, 리튬·이온 배터리 도시광산 전용로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공장 한 켠에는 세계 전역에서 모은 e스크랩이 몇 개의 산을 이루고 있다. 보기에는 쓰레기 더미 같지만 도시광산사업 원재료가 되는 보물과도 같은 자원이다.

 유미코어는 e스크랩과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자동차 촉매 등에서 금속을 추출하고 추출한 금속을 원료로 다시 촉매·2차전지 양극재 등 다양한 소재를 생산한다.

 호보켄 플랜트에서는 하루 평균 1000톤, 연간 35만톤 폐기물을 처리한다. 이 폐기물에서 금·은·동·백금 같은 귀금속부터 니켈·팔라듐·로듐·이리듐·루테늄·인듐·셀레늄·텔루륨·납·비스무트·비소·안티몬·코발트·주석 등 희소금속을 포함한 20여종의 금속을 얻을 수 있다.

 20여 가지의 금속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 광물 처리기술은 유미코어를 비롯해 일본 도와 등 일부 기업만 보유하고 있다.

 폐기물은 순수한 광석과 함께 혼합되는데 불순물이 많고 성질이 균일하지 않아 30% 가량만 혼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유미코어는 폐기물을 100% 활용해 금속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도 확보했다.

 유미코어 호보켄 플랜트에서는 소량 금속도 버려지는 법이 없다. 공장을 다니는 모든 차는 도로 옆에서 분출되는 물줄기 세례를 받는다. 차에 묻은 미량의 금속도 놓치지 않고 다시 회수하기 위함이다. 물에 씻겨 나온 미량의 금속은 한데 모아 회수 처리된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과 슬래그 등도 모두 재활용하거나 판매된다. 버릴 것 하나 없는 공정을 구축했다는 유미코어의 자부심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호보켄 플랜트는 환경친화 시설과 공정으로도 유명하다. 1999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친환경·현대식 공정 개선작업에 약 100억원 가까운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1997년 이 지역의 대기 중 납농도는 연 12㎏을 상회했지만 지난해 이를 연간 0.5㎏ 이하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플랜트를 구축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주민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고 무료 상담 전화를 개설하는 등 민원 처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호보켄 플랜트 근처에 모여 있는 750여 가구가 환경 문제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도 유미코어의 소통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부지선정과 지역 민원에 발목 잡히는 국내 도시광산 기업의 현실적인 해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금속사업…해답은 도시광산=‘지속가능한 금속사업’이라는 명제는 유미코어의 숙원이자 나아갈 길이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도시광산에 있었다.

 1805년 제련사업을 시작한 유미코어는 1908년 이곳 호보켄에 금속 제련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금속 제련 및 소재 기반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던 유미코어는 보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금속을 생산하고 소재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한 소재를 다시 금속으로 되돌리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실현하겠다는 도전에 나섰다. 유미코어가 1989년 본격적인 도시광산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자 도시광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유미코어는 도시광산 사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도시광산 사업의 전초 단계인 샘플링 단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샘플링은 무작위로 선별된 폐기물의 금속 함유율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폐기물을 최대한 균질하게 섞고 이를 분석해 전체 폐기물의 가치를 판단한다. 단순한 과정같지만 유미코어는 샘플링 과정에만 200여명의 인력을 배치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샘플링이 최종 금속 회수율과 순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연간 8000건의 샘플링을 수행하면서도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자랑하는 것은 유미코어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시어스 마욜렌 유미코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에 다양한 금속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밀한 샘플링 기술로 폐기물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도시광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며 “폐기물 판매자들도 유미코어의 샘플링 기술을 신뢰하고 있어 더욱 많은 폐기물을 우리에게 맡긴다”고 말했다.

 ◇매출 4분의 1이 도시광산에서=유미코어 도시광산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유미코어는 지난해 매출 15조5000억원, 영업이익 3조1000억원이라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중 도시광산분야 매출비중은 전체의 25%, 영업이익률은 38.5%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 양이 늘어나고 금속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광산 분야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미코어는 앞으로 도시광산사업 대상 금속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연간 7000톤 규모의 세계 최초 리튬·이온 배터리 도시광산 플랜트를 설립하고 니켈·코발트를 회수하고 있다. 이 시설을 통해 세계적으로 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리튬은 물론이고 희토류를 대상으로 한 도시광산 사업도 향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미코어는 1500명이 종사하고 있는 호보켄 플랜트에 사업 확장을 위해 올해 약 170명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안트베르펜(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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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역에서 모인 전자페품 폐기물. 이 폐기물을 파쇄해 최대한 균질하게 만드는 것이 도시광산 사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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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역에서 모인 전자페품 폐기물. 이 폐기물을 파쇄해 최대한 균질하게 만드는 것이 도시광산 사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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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광산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골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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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광산 사업을 통해 추출한 왼쪽부터) 로듐, 백금, 팔라듐.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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