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커스]정확한 1kg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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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시계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계가 정확한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인터넷이나 ‘116’ 전화시보로 알아보면 된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전화시보가 과연 정확할까. 물론 정확하다. 전화 시보는 한국 표준 과학연구원이 유지하는 국가시간표준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저울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kg(킬로그램)이 정말 제대로 된 1kg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이를 정확히 규정하는 영구불변 척도가 아직은 없다. 표본으로 만들어 놓은 1kg 표본이 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

 ◇단위 정의의 마지막 고민=최근 국제단위의 새로운 정의를 논의키 위해 세계 각국 전문가가 모였다. 측정과학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 국제도량형총회(CGPM)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4회 CGPM 총회에는 미터조약 55개 정회원국과 34개 준회원국 대표, 국제원자력위원회(IAEA) 및 국제보건기구(WHO) 등 6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총회는 단위의 새로운 정의를 위한 국제적 연구개발 추진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국가표준기관이 차기 총회에서 새로운 정의를 채택토록 적극적 연구와 국제협력을 요청한다.

 새로운 단위정의와 관련한 24차 총회 최대 이슈는 ‘질량’이다. 국제단위계 기본단위의 새로운 정의 가운데 질량이 주요 주제로 부각한 것이다.

 ◇절대 질량이 변한다=국제단위계에는 7개 주요 단위가 있다. 길이, 질량, 시간, 전기, 온도, 광도 등이 대표적이다. 질량 기본단위 kg은 국제단위계 중 19세기에 만들어진 정의가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된다. 나머지 6개 단위는 기술 발전에 따라 바뀌었다.

 질량은 ‘국제킬로그램원기’라는 인공물을 표준으로 삼는다. 원기는 직경과 높이가 39㎜인 원기둥 모양으로 백금과 이리듐이 9대 1 비율로 섞여 있다. 이 원기를 기준으로 똑같은 복사본을 만들어 세계 각국에 보급하고 각 나라가 질량 1kg을 똑같이 사용토록 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제작 후 100년이 넘게 지난 지금, 국제킬로그램원기 질량이 조금씩 변하는 것이 관찰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질량 표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진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원기 질량이 달라진다고 해도 이를 사람이 느낄 정도는 아니다”며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섬세한 질량측정이 요구되는 과학연구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변의 질량을 찾아라=7개 국제단위계 중 질량을 제외한 여섯 가지는 물리적 현상에 의해 실현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길이’는 레이저와 빛의 속도를 바탕으로 특별한 장치 없이 정의가 가능하다.

 반면 킬로그램은 사람은 사람이 만든 가공물체로 정의가 됐다. 금속으로 원기를 만들다보니 물리적 화학적 반응에 의해 질량 변수가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량도 물리적 기본상수로 정의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구체적으로 독일을 주축으로 한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와 미국을 주축으로 한 ‘와트 저울 프로젝트’가 있다. 아보가드로 프로젝트는 지난 5월에 종료됐다. 와트저울 프로젝트는 부정확 정도를 최대한 줄이는 연구 결과를 확보, 오는 2014년 차기 총회에서 새로운 질량정의로 채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박사는 “질량 표준에 대한 논쟁은 30년을 끌어온 이슈”라며 “한국도 잘량 정의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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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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