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이 신임 대표이사로 홍유석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로써 회사의 법적 대표는 종전 유원식 대표에서 홍유석 대표로 변경됐다. 오라클이 내부 법률전문가를 지사 대표로 세우는 글로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일 한국오라클은 법적 리스크관리 강화차원에서 본사가 추진하는 법률전문가 영입 프로그램에 따라 홍유석 변호사를 새 한국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유원식 전 대표는 사장으로 직함을 변경해 대외 활동 및 경영에 변함없이 참여한다. 종전 유 대표의 역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단지 계약서 등 문서에서 대표이사명만 홍 대표로 바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유원식 사장과 홍유석 대표는 본사 대언론정책을 이유로 일체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회사는 최근 대표이사 변경등기를 완료했다. 신임 홍유석 대표이사는 기업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은 물론이고 모든 계약에 대한 법적 지위와 책임을 가지게 됐다.
신임 홍 대표는 미국 변호사로, 과거 오라클의 계약 협상 담당자로도 활약한 바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세종 등을 거쳤으며, 수년전부터 한국오라클에서 시니어 리걸 디렉터란 직함으로 법률지원 임원을 맡아왔다.
한국오라클의 한 임원은 “최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새로운 비즈니스로 인해 경영 환경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확대되면서 법적 대응부분도 커졌다”면서 “2개월 전부터 본사는 세계 각국의 지사장을 법률전문가로 교체하거나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오라클이 법률전문가를 지사의 수장으로 두는 데는 여러 배경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배경은 글로벌 경제 위기의 타개책으로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버넌스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과정인 셈이다.
지난 1~2년 사이 오라클은 비즈니스 영역을 크게 확대했다. 모바일,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했다. 게다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같은 거대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덩치도 배로 커졌다. 이러한 거대 조직을 중앙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조치다.
다양한 전문가 중에서도 유독 법률전문가를 대표를 내세우는 데는 법적 리스크 관리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의 가장 큰 이슈는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법적 대응이다. 오라클 역시 현재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용체계를 놓고 구글과 특허소송을 한창 진행 중이다. 또 수년 전부터 써드파티 유지보수 업체인 투모로우나우를 둘러싸고 SAP와 격렬한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지식재산권 분쟁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부각됐다. 오라클이 법률전문가를 대표로 선임하는 데는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오라클이 지식재산권 침해 분쟁에 휘말릴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에 따라 국내 지사에는 유지보수 계약 체결에 대한 비즈니스를 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일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실제 오라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은 라이선스 매출이 아닌 유지보수 계약 체결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일반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과 공공부문에서 합법적인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 써드파티 유지보수 업체들이 불법적으로 유지보수를 지원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오라클이 이의 해결책으로 법률전문가를 내세운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