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내년 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용체계(O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을 다수의 미국 통신사업자와 손잡고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엘롭 CEO는 “미국 시장에 재진출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엘롭의 표정에서 최대 시장인 미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엘롭은 지난 2월 초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지금 불타는 플랫폼에 서 있다”며 “노키아는 획기적으로 변해야 할 때”라고 밝혀 대대적 혁신을 예고했다. 그는 MS 임원 출신으로 지난해 9월 흔들리는 노키아에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엘롭은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 기회가 분명히 (스마트패드 시장의) 역학관계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노키아는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한 이후 시가총액이 60억유로(9조여원) 이상 감소했다. 이에 노키아는 전략을 급선회, 자체 모바일OS인 심비안을 포기하고, MS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8개월만에 윈도OS 기반 ‘루미아 800’과 ‘루미아 710’을 최근 발표했다.
노키아는 윈도폰을 통해 애플과 삼성전자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노키아는 전체 판매량은 여전히 세계 최대 업체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늦은 대응으로 업계 3위에 머물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노키아의 점유율은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했을 당시 50.8%에서 지난 2분기 20.9%로 하락했다.
기존 심비안 기반 스마트폰은 인터페이스 등의 불편함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고 고속 프로세서, 대용량 메모리, 고감도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고성능 제품도 뒤늦게 선보인 것이 핵심적 이유로 꼽히고 있다.
엘롭 CEO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콘텐츠로도 차별화할 것”이라며 “지역의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업체와 협력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미아폰 시리즈에 사용할 마케팅 비용을 이전 제품 출시 때에 비해 세 배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노키아는 앞으로 6주 안에 유럽 6개국에서 루미아 800 판매에 나서기 위해 보다폰 등 31개 이동통신사와 손을 잡았다. 그러나 엘롭은 미국 시장에서 손잡을 첫 이통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루미아 800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넥서스’보다 해상도가 높은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했고 애플의 ‘아이폰 4S’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루미아 800은 이달 중 유럽에서 420유로(약 64만8000원)에 시판될 예정이다. 애플은 지난달 독일과 프랑스에서 아이폰 4S를 629유로(약 97만원)에 선보여 첫 3일 동안 400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가트너는 새해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올해보다 40% 늘어난 6억4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윈도폰은 2015년에 스마트폰 OS에서 21%로 시장점유율 2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