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상징하는 전자산업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생산 거점이 해외로 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수출 부진과 공동화 현상의 도미노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흔든다. 올해 일본 무역 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를 볼 가능성도 점쳐진다.
니혼게이자이는 2일 ‘일본 기업의 힘’이란 기획 연재를 시작했다. 첫 회로 수출 부진과 산업 공동화를 겪는 일본 기업의 현주소를 다뤘다.
니혼게이자이는 수출 부진의 대표 사례로 디지털 전자 산업을 들었다. 2004년 일본 디지털 전자 산업의 수출은 1조7900억엔(약 25조8330억원)에 달했다. 수입은 7350억엔(10조6073억원)에 불과해 1조엔 이상의 무역 수지 흑자를 냈다.
상황은 금세 악화됐다. 6년 후인 2010년 같은 조사에서 수출은 9100억엔(13조133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수입은 1조151억엔(약 14조6497억원)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일본의 디지털 전자 제품 무역 수지가 1000억엔 이상의 적자로 전락했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치솟는 엔고에 지진이 겹쳐 7월까지 무역 수지 적자는 1300억엔을 넘었다. 최근 전자 산업을 강타한 태국 홍수 등 악재를 감안하면 올해 적자는 2000억엔을 웃돌 전망이다.
수출 부진은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졌다.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디지털카메라는 전체 생산량 중 위탁 생산 비중이 50%를 넘었다. 품질의 상징이던 ‘메이드 인 재팬’ 신화가 막을 내린 셈이다. 미우라 젠지 리코 CEO는 “앞으로 일본 내에 디지털카메라 공장이 세워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소니는 ‘공장 없는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내 40곳에 달하던 소니 공장은 이제 23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16곳이 부품 공장이고 완성품 공장은 7곳에 불과하다. TV 위탁 생산 비중은 2010년 3월 20%에서 올해 3월에는 50%로 치솟았다.
중소 전자업체의 탈일본 현상도 두드러졌다. 대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함께 옮기는 양상이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일본정책금융공단의 중소기업 해외진출 자금지원 사례는 약 250건이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가깝다.
해외 이전을 반대하던 지방자치단체도 생각이 바뀌었다. 도쿄 오타구 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해외 이전 실적은 중소기업의 평판을 좌우한다”며 “오히려 국내에 머무는 쪽이 위험하다”고 밝혔다.
◇일본 디지털 전자 산업 수출입 추이
자료:니혼게이자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