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금융 지원책 마련에 돌입한 가운데, 중소기업 금융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전문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소기업 금융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산업·기업은행 등이 계속 국책은행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올바른 중소기업 금융정책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는 중소기업 금융정책 관련 전문가 100명(전공교수 37명, 연구원 63명) 대상 조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이 설문에서 ‘중소기업 금융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시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7%에 달했다.
중소기업 금융 담당 기관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80%가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정책금융기관이 강화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을 진행한 한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전문가들은 은행 대형화 등 현재 정책 흐름이 중소기업 자금 조달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했다”며 “기업은행 민영화가 이뤄진다 해도 중소기업 전문은행 역할은 유지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전문은행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라고 분석했다.
토론에서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는 “중소기업 금융은 상업적 베이스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고, 공적 개입에 따른 보완이 필요하다”며 “산업은행, 기업은행 민영화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 금융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담보나 보증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을 통한 유망 중소기업 발굴, 육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추진 중인 산업은행 민영화와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은행 민영화 주장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