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공정위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10개 국내외 TFT LCD업체에 가격담합 국제카르텔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총 194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카르텔 조사에서도 담합 참여 업체 가운데 내부 폭로자가 있었다. 업체는 자진신고자감면제도(리니언시)에 따라 카르텔 담합 행위를 먼저 인정하고 증거를 제출했으므로 과징금 전액을 감면받게 될 것이다.
리니언시로 뒤통수를 맞게 된 기업들은 불만을 드러내곤 한다. 억울하다는 호소도 있다. 과징금을 고스란히 내게 된 회사 입장에서는 같이 범죄를 저질러놓고 자진 신고했다고 전액 감면 받으니 억울하긴 할 것이다. 배신자가 오히려 상을 받으니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내부 폭로자가 나타남으로써 소비자 이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 또 다시 자진신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 때문에 담합행위자간의 신뢰를 무너뜨려 향후 담합시도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일부 소규모 업체들은 큰 업체가 먼저 하기에 ‘할 수 없이 했다’는 변명을 하곤 한다. 그러나 카르텔에는 주범과 종범이 있을 수 없다. 카르텔은 손뼉과 마찬가지다.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카르텔 행위는 혼자서 할 수 없다.
카르텔에서는 누가 먼저 제의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서로 의견이 맞아 담합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쪽이 먼저 제의해서 응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참여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세계 각국은 국제카르텔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최근 10년간 미국과 EU 등에서 국제카르텔로 부과 받은 벌금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서 국제카르텔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우리 기업 임직원 수는 12명이며, 우리 기업 4개가 카르텔로 부과한 벌금 상위 10개사에 포함됐다.
다른 업체가 자진신고했다고 억울한가. 정 억울하면 가담하지 않으면 된다. 카르텔은 시장 근간을 흔드는 법법행위다. ‘배신자에게 죄를 사하는 건 억울하다’라는 변명은 있을 수 없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