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4G시대] "통신 세상이 바뀐다"

 새로운 통신 세상이 열렸다. 주춤했던 4세대(4G) 통신서비스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7월 새로운 통신시대 개막을 알렸지만 전용 단말기가 없어 고전하던 4G서비스가 탄력을 받았다. LTE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이달 19일 기준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LTE 가입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승세라면 이달 안에 20만명 돌파도 어려운 과제는 아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S2 LTE’, HTC ‘레이더 4G’에 이어 ‘옵티머스 LTE’를 출시하고 가입자 확보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서울시 11개 노선 지하 역사와 터널 구간으로 서비스 권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50만 LTE 가입자, 내년 말에는 500만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낙관했다.

 LG유플러스도 진검승부를 벼르고 있다. ‘옵티머스 LTE’를 앞세워 새로운 통신 재편을 노리고 있다. 이달 안에 추가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로 라인업을 넓히고 통신 ‘세대교체’에 깃발을 올린다. LG유플러스는 내년 말 가입자 500만을 확보해 SK텔레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KT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2월 LTE 투자에 나서 내년 초에는 4G LTE 경쟁에 합류한다. 이미 LTE에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4G 와이브로’는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에서도 가입자가 65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초 50만명을 넘긴 후 한 달 만에 다시 10만명을 확보했다. 지난해까지 가입자 수가 지금의 절반 수준에 머물며 ‘계륵’으로 취급받았지만 올해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와이브로 신호를 와이파이로 바꿔주는 단말 ‘에그’는 하반기 하루 2500대가량 판매하면서 시장에서 날개를 달았다. 일부에서는 와이브로가 LTE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LTE는 와이브로 대비 2배 이상 빠르지만 비싼 요금과 부족한 망이 아직 약점이기 때문이다. 이미 탄력을 받은 와이브로, 여기에 점차 속도를 내는 LTE까지 가세해 내년부터는 이동통신 시장이 4G경쟁으로 완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4G 돌풍이 거세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LTE가 세계 이동통신 시장 주류로 자리 잡아 지난 7년 동안 시장을 이끌어왔던 3세대(3G) 주자를 밀어낼 조짐이다. 미국 버라이즌은 지난해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LTE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연말까지 1억8500만 가입자를 위한 LTE망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말 현재 가입자만 170만여명에 달한다. AT&T도 지난달 애틀랜타·시카고 등 대도시에서 LTE 서비스를 시작해 연말까지 15개 대도시에서 7000만 가입자를 수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4G 강점은 역시 속도다. 유럽식 WCDMA에서 발전한 LTE 전송 속도는 다운로드 최고 75Mbps, 업로드 최고 37.5Mbps다. 이론상 3G보다 다운로드는 5배, 업로드는 7배나 빠르다. 고화질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고 HD급 영화를 내려받는 데 채 3분도 안 걸린다. 멀티미디어 영상 서비스를 ‘킬러 앱’으로 꼽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양방향으로 영상과 음성으로 실시간 의사를 주고받는 영상폰에서 영상회의, 웹캠, 텔레프레wms스와 같은 서비스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사실 2002~2003년 3G상용화 직후 영상이 화두였지만 비싼 요금, 취약한 인프라, 하드웨어 한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통신 서비스 시대를 선언한 지금은 상황이 ‘180도’로 달라진 것이다.

 산업에도 ‘핵폭탄급’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먼저 이동통신 서비스 수익 기반이 음성 위주에서 데이터로 급속히 전환한다. 유무선 컨버전스 확산으로 다양한 유무선 융합 서비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뿐이 아니다. 대용량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통신사업자 사업 범위와 영향력이 다른 산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른바 ‘탈통신’을 위한 든든한 인프라가 마련된 셈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통신 사업자가 통신만으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며 “4G서비스를 시작으로 통신뿐만 아니라 산업 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고/4G활성화에 통신 산업의 명운이 달렸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지난달 말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해졌다. 그것도 일부 구간인 6개 역에서, 열차가 아닌 승강장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전 노선에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해지려면 5년 뒤인 2016년이 돼야 한다. 지하철에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해지자 지하철 내에서 휴대폰 도난이나 통화 소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15년 전 우리나라에서 제기됐던 걱정이 지금 세계 금융의 중심이라는 뉴욕에서 생기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휴대폰 통화는 물론이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의 데이터 통신까지 일상화됐다. 그만큼 첨단 서비스에 이용자의 관심과 욕구가 어느 나라보다 크다. 이에 맞춰 통신사업자는 앞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췄다. 2세대, 3세대 통신망을 선도하면서 세계 모바일 시장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모바일 테스트 베드라고 불렸던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 나서기 전 제품과 서비스 검증과정을 충분히 거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불붙기 시작한 4세대(4G) 통신시장에서 과거와 같이 우리가 선도적으로 시장을 이끌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3G WCDMA망보다 하향 5배, 상향 7배가 빠른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KT는 와이브로로 4G 서비스를 이미 개시했고 조만간 LTE도 선보인다.

 문제는 세계 주요국이 우리보다 앞서 상용화해 왔다는 점이다. 2009년 12월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텔리아소네라가 최초로 LTE 상용화를 개시한 후 미국 메트로PCS(2010년 9월), 독일(2010년 12월), 일본(2010년 12월) 등 여러 경쟁국이 앞다퉈 상용화를 진행했다. 우리도 LTE 상용화 시기가 크게 늦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 2G CDMA와 3G WCDMA 사례에 비춰볼 때 다소 우려스럽다.

 이미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다양한 스마트기기 이용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트래픽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 4월 데이터 트래픽이 작년 동기보다 35배 늘었고 이용자 1명당 트래픽도 세계 평균치의 3배 수준에 달한다. 앞으로 원격의료, 스마트워크, 스마트그리드 등 기존 산업과 결합한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도 활발히 이뤄져 데이터 트래픽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4G 네트워크도 최고 수준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고 활성화해 혁신적인 부가서비스를 창출하고 동시에 4G 단말기의 선제적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ICT 생태계 각 주체가 4G 노하우와 경험을 빨리 터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커버리지·속도와 품질 측면에서 우수한 통신 인프라 경쟁력과 세계적인 단말기 제조역량을 갖췄다. 올해 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최고 600Mbps급 LTE 어드밴스트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등 4G 기술도 확보해 경쟁국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우리 민족이 가진 역동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부족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에 노력을 집중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ICT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누가 먼저 4G서비스를 활성화할지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12jss@ktoa.or.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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