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멀티미디어 특허 등 모든 특허풀을 총동원, 애플과의 특허 전면전을 선포했다.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스티브 잡스 추도식을 마친 후 귀국길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 소송은 법무팀이 경영진과 협의해서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도 홍콩에서 ‘갤럭시 넥서스’ 출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전자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이제 굉장히 적극적으로 특허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삼성 고위 경영진이 동시에 이렇게 격한 표현을 써가며 애플과의 소송전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4S’ 판매금지 소송을 위해 통신 특허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특허 풀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한국시장에서도 아이폰4S 판매금지 소송을 검토하는 등 소송국가도 대대적으로 늘리는 파상공세에 나선다.
이재용 사장의 스티브 잡스 추도식 참여로 제기된 극적 화해 시나리오와 달리 애플을 상대로 전면 포격에 나선 셈이다. 이재용 사장마저 ‘소송’을 언급할 만큼 삼성전자 내부에서 냉기류가 강하다.
신종균 삼성 무선사업부 사장은 홍콩 기자회견장에서 ‘적극적 특허소송’을 강조하며 응전 태세를 불태웠다.
최지성 부회장도 지난주 “삼성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뒤 이재용 사장은 물론이고 무선사업부 신 사장이 구체적인 강공 전략까지 밝히고 있다. 애플과의 특허 전면전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 전방위 공격에 나서서 애플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신 사장은 “애플 소송전으로 우리의 브랜드와 우리의 자존심을 잃었다”며 “그들(애플)이 우리에게 한 것처럼 우리도 (판매금지 가처분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특허 하면 이동통신 특허만 생각하는데 멀티미디어 등에도 많다”며 “가지고 있는 특허를 모두 동원하는 등 범위도 넓히고, 수위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전 확대와 관련, “한국시장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이 안 됐다”며 “결정하면 이야기할 시기가 올 것”이라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애플이 미국 법원에서 삼성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은 퀄컴 칩 사용으로 삼성의 특허를 피해갈 수 있다는 주장에도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소송 전략과 관련돼 구체적으로 다 답할 수는 없으나 (퀄컴과 크로스 라이선스 체결에도) 소진되지 않은 수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권리를 다 행사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프랑스·이탈리아·일본·호주에 이어 조만간 추가로 아이폰4S 판매금지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에 소송을 낸 만큼 미국 등 북미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스마트폰 특허침해 소송 중 일부를 기각했다. 법원은 ‘공정한 조건을 통해 특정 특허의 사용권을 허가하려는 애플의 의도를 삼성이 왜곡했다’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애플이 소장의 내용을 수정하면 소송을 계속 제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법원의 판단은 결국 최종 판결이 아니고 애플에 소장을 변경해 다시 소송에 응하라는 권고의 수준이어서 유·불리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다.
홍콩=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서울=황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