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과 미국동부에 불어 닥친 이상한파로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이후 리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연일 불안정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6%, 작년 한해 에너지수입 1216억달러(한화 약 140조원)로 국가 전체 수입규모의 30%에 달하는 우리 경제에는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뿐 아니다. 올 여름 우리는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한 곳곳의 침수와 산사태 등의 극심한 피해를 겪었다. 이는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류의 과도한 화석 에너지 사용이 기후변화라는 무서운 얼굴로 되돌아와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현주소다. 에너지사용량은 세계 10위, 석유수입 세계 5위,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전력소비 세계 9위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성적표며,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온도는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1.5도 상승했다.
생활의 대형화와 편리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에너지소비문화는 1인당 에너지소비량에서 일본과 영국·프랑스를 앞지르고 있다. 소득대비 가정 1인당 에너지소비는 일본의 두 배에 달할 정도다. 에너지를 많이 쓴다고 소문난 미국에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지난 9월 15일 우리는 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정전대란을 겪었다. 정전대란을 겪은 다음날, 아마도 전 국민들이 전기를 덜 쓰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16일 최대전력수요는 전날보다 12만㎾가 더 증가한 6740만㎾였다.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관측 이래 104년만의 9월 중순 폭염도 원인이 될 수 있고, 전력수급 책임자들의 안일한 전력수요 예측도 중요한 원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에너지절약에 둔감한 바로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제 우리의 에너지 패러다임도 변화해야 한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에너지절약이고 이제는 더 이상 구호로 외치는 절약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절약이 사회문화로 스며들어야 한다.
세계는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는 가장 궁극적인 대안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며, 머지않은 미래에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변화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올해로 서른한 번째를 맞이하는 국내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그린 비즈니스 전문 전시회 ‘2011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이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홀에서 막을 올린다.
대한민국의 녹색에너지 현 주소를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이 행사가 녹색에너지 생활문화 정착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jshuh@kem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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