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2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9.8원 급등한 1195.80원에 마감했다. 지난 23일 막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하락했던 환율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하며 1200원대에 근접한 것이다.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44.73포인트(2.64%) 내린 1652.71을 기록했다. ‘한국경제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자칫 물가, 기업 실적, 금융시장 자금 조달 등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 2008년으로 회귀(?)=최근 일련의 금융 상황은 그간 한국 금융이 안전지대란 인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공포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은 환율이다. 지난 2008년 8월 1일 1014.60이던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두달만에 1207.10원을 기록하고 11월말에는 1500선마저 돌파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추이를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2008년 당시에도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미국 금융기관 부실→글로벌 신용경색 수순에 따라 환율이 급등했다”며 “최근 사태도 그리스 등 구제금융신청→유럽재정리스크 확대→프랑스 등 서유럽 금융기관 부실로 발전한 만큼 현재로선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금융기관이 달러화 자금 확보 경쟁에 나섰고 역외 외환시장도 달러화 매수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을 감안하면 환율이 단기간 내에 하향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상승, 실물에도 악영향=환율 상승은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내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수요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내수 위축의 부정적 효과가 수출 확대의 긍정적 영향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소비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입자본재 의존도가 높은 설비투자 확대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한국경제가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란 복병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 것이다.
◇재정부, “외환 보유액 충분”=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26일 “외환보유액은 충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보는 “자본 유출 규모를 과다하게 산정하면서 현재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외환 보유액 절대적인 규모도 증가했을 뿐 아니라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 등 질적 지표도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또 9월말 기준으로 3000억달러 선이 무너졌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집계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3000억달러선이 휴전선처럼 무너지지 않아야 할 선은 아니다”라며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