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모바일 결제 등 근거리무선통신(NFC)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핵심이 되는 NFC칩 국산화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 한 축을 외산으로 꾸밀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NFC 칩을 실제로 생산해 제품화하는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엠텍비전과 쓰리에이로직스 등 중견업체가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현재 세계 NFC칩 시장은 NXP, 인사이드시큐어 등 일부 글로벌 업체가 80% 이상 점유율을 확보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선보이는 NFC 서비스 대부분이 핵심기술을 NXP 등 외국 업체에서 빌려오고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내놓은 NFC 기능을 내장한 USIM 카드, KT테크 휴대폰 ‘테이크 타키’ 등은 그 속에 포함된 칩이 외산이다. LG, 팬택 등 국내 주요 단말기 제조사도 자사 제품에 외산 NFC칩을 탑재 중이다. KT가 공급을 시작한 아이폰4 전용 NFC 케이스는 아예 외국기업 제품이다.
넥서스S, 갤럭시S 등 삼성전자가 공급 중인 단말기를 제외하면 국산 칩 활용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NFC칩 국산화 비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제조력있는 사업자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NFC칩 개발을 진행 중인 곳은 모두 팹리스(설계전문 업체)들로 자체 생산 인프라가 없다.
김경식 한국정보통신협회 네트워크 시험인증단 팀장은 “NFC는 RFID의 하위 범주로 기술 자체 장벽이 높지는 않다”며 “응용 서비스 부재로 제조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이 NFC칩 생산을 관망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국산 칩 생산이 저조한 것과는 반대로 국내 NFC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조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지난 6월 결성된 코리아 NFC 표준화 포럼은 이동통신 3사와 KB국민카드·신한카드·삼성카드·하나SK카드·한국스마트카드 등이 참여해 국내 NFC 서비스 표준 및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모바일 결제 분야는 표준화 작업이 거의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응용서비스 확산 정책으로 일단 시장을 만들어 수요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500만대 이상 보급될 예정인 NFC 휴대폰과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가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대형 반도체 사업자 시장진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홍진배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서울 주요 도심을 중심으로 실제 결제가 이루어지는 NFC 사업을 하반기 내에 실시할 계획” 이라며 “시장에 적용 가능한 응용서비스가 확대되면 칩, 솔루션 등 국내 NFC 관련 업체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